나와 동생과 아빠
나는 비교적 투렛을 쉽게 받아들였다. 내가 이 병을 갖게 된 것을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나는 내 투렛의 원인을
유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 동생은 나와 같은 투렛증후군을 갖고 있으며
증상의 발현 시기와 종류가 너무나 비슷하다.
물론 강박의 특성상 성격이나 경험 등의 차이로 인해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동생의 증상들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릴 적에는 동생이 나를 보고 배웠나 하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압적인 아빠는 내가 증상을 보일 때마다 무섭게 화를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고 동생이 이 잘못된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나의 투렛을 유전이라 더욱 강하게 믿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이 바로 아빠다.
아빠는 맥락에 맞지 않는 얼굴이 일그러지는 표정을 종종 짓곤 했다. 어릴 적에는 습관인가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투렛의 일종인 것 같다.
즉 아빠 본인은 인지도 인정도 안 하겠지만
투렛의 증상을 늘 보이셨던 것이다.
이제 나는 투렛이 있어 슬프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단계를 넘어 동생과 나의 증상들을 보며
요거 참 신기하다 하고 관찰자의 시점에서
관찰하듯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