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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한 배추 Jul 26. 2021

정말 사소한 일들을 의식하며 하기

우울증 극복을 위한 노력


아이러니하게 나는 지금 이제까지의 내 삶 중에서

가장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열심히 사는 느낌이 든다.


나에게는 다행히도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픈 정신으로는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걸 난 너무나 잘 안다.


그렇기에 하고픈 것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지금 현재를 정의하고 있다. 나는 지금 아프니까 잠시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늘 되새기고 있다.


이렇게 상황을 보기 시작하니 나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던 높은 기준들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평소 사소해서 무시했던 것들을 의식해서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공부하기, 고양이 화장실 청소, 내 방 청소,

그림 그리기, 물 먹기, 영양제 먹기, 운동하기, 텔레비전보며 쉬기, 맛있는 것 찾아먹기, 설거지하기…


평소 의식의 흐름대로 하던 일들을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매일 해내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일들은 너무나 지키기 쉬운 것들이지만 하루에 주어진 일들을 모두 처리했다는 것이 주는 뿌듯함은 내가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는 병원을 다니며 복용하는 우울증 약의 효과도 있다고 본다. 애초에 내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최대한 병원을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그 밖의 노력들을

해나가고 있다.


평소 무언가 삼일 이상 꾸준히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잠식되었던 내가 2주 가까이 빠짐없이 할 일을 해내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나의 우울과 무기력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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