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계는 아주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인체의 ‘항상성’에 기인하는데 어떤 외부 자극에서도 우리 몸은 스스로를 건강하게 보호하고 지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노력이 생명이 유지되는 이유이며 면역계가 이 일을 담당한다.
외부 자극이란 기후변화, 토양, 대기, 수중의 중금속 같은 오염 물질, 세균, 바이러스, 스트레스 등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우리 몸은 이런 외부 자극들로부터 인체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면역계를 가동한다. 지금부터 이 모든 외부 자극을 ‘항원’이라고 지칭해보자.
‘항원’이란 뜻은 항체와 결합하는 모든 물질, 쉽게 말해서 항원은 체내로 들어와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모든 물질 혹은 원인을 의미한다. 비유를 들자면, 면역계는 경찰이고 항원은 범죄자인 셈이다.
우리 몸에 항원이 침입하면 면역계는 항체를 생성하고, 항체가 항원과 결합하여 항원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도 손상을 입게 된다. 대게는 손상이 아주 미약하거나 금방 치유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아무 증상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항원의 양이 지나치게 많이 지속적으로 들어올 때 면역계가 극도의 긴장상태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 상태를 '면역 과민반응'이라고 부른다.
면역 과민반응이 일어나면 면역 시스템이 정상세포를 공격하게 되는데 공격이 일어나는 즉시 우리 몸에서는 자가 항체를 생성하기 시작한다. 이 자가 항체는 우리 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혈액 단백질로써 ‘면역글로불린’이라고도 불리며 특히 IgE라는 자가 항체의 수치가 높을수록 알레르기 발병률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알레르기 혈액검사는 혈액 내 총 IgE를 측정함으로써 알레르기 질환을 진단하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왜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를 공격할까? 안타깝게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은 자가면역질환 발생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상담 시 가장 먼저 조사하는 것이 가계의 자가면역질환 여부인데, 아토피나 심각한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아이들의 70-80% 정도가 가계로부터 내려오는 유전적 소인을 지니고 있었다.
부모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자녀도 같은 증상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에게 아토피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우리 가족의 예를 들어보면, 아버지는 원형탈모와 습진, 엄마는 장누수 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원형탈모와 건선, 동생은 성인 아토피 피부염과 알러지성 비염을 가지고 있다.
나의 두 자녀 중 첫째 딸이 영유아 식품 알레르기와 아토피 피부염을 경험했고(현재는 피부 알레르기만 남아있다) 동생의 자녀는 호흡기 관련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보다시피 부모와 똑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겪는 것이 아니라 가계로 유전되어 내려오면서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고 발현 시기 또한 각기 다를 수 있다. 알레르기의 대물림이라니 너무 속상하지 않은가. 이 불가항력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반면 유전적 소인이 없는 경우에도 아토피나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후천적 알레르기'라 부르는데 환경오염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면역기능 교란, 면역력 저하로 발생되기도 한다. 서구적 식생활과 현대식 주거환경도 알레르기 유병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영유아 아토피뿐 아니라 성인 아토피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영유아 아토피가 성인까지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녀의 알레르기 수치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그 방법을 하나씩 공유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