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는 포괄적인 의미이지만 대게 아토피 피부염 외에 그에 따르는 모든 악화 현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간단히 말하면 아토피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혼란에 비롯되는 일련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토피는 자가 면역질환의 일환으로서 자신의 면역계가 정상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함으로 발생되는 질환이다. 식품 알레르기 또한 면역계에서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을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함으로 발생된다. 아토피 피부염과 식품 알레르기 모두 면역계의 과민반응에서 비롯되므로 알레르기 수치를 높이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식품 알레르기와 영유아 아토피 피부염의 상관관계를 따지자면 다년간의 상담을 토대로 한 통계치로 약 50% 이상을 웃돈다. 식품 알레르기를 경험하지 않은 나머지 50%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섭취하는 식품에 따라 피부뿐 아니라 수면, 배변의 악화될 확률이 높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라도 우리 몸에서 과민반응을 일으킨다면 영양소의 소화 흡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몸의 강한 거부 반응 때문에 성장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극심한 식품 알레르기를 앓는 아이들은 영유아 검진에서 성장 그래프 상 평균보다 약간 낮은 쪽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게 태어나지 않아도 아토피로 인한 스트레스로 주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중증 아토피의 경우 소아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5대 식품(우유, 계란, 콩, 밀가루, 견과류) 중 성장기에 꼭 필요한 단백질 급원이 3가지 이상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뭘 먹여서 키우나 한숨이 절로 나올 것이다. 왜 하필 고단백질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단백질은 펩타이드라는 아미노산 중합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단백 식품일수록 많은 아미노산이 결합되어 있다. 단백질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소화효소인 프로테아제가 필요한데 이런 효소의 작용을 통해 단백질이 펩타이드에서 아미노산으로 가수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효소의 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화 과정이 매우 더디게 되고 우리 몸에서는 잘 분해되지 않은 펩타이드 덩어리를 적으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영유아 식품 알레르기는 이 효소의 양이 부족하거나, 이른 이유식의 도입으로 인한 소화장애로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영유아 식품 알레르기의 상당수가 생후 1년을 기점으로 해서 일반식을 먹을 때쯤 많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며 생후 2년쯤엔 우유, 계란, 밀가루, 견과류 같은 대표 알레르기 식품들을 제외한 나머지 식품 알레르기는 약한 수준으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식품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모든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피해야 할까? 아니면 적절히 섭취하면서 개선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과도한 식품 제한은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해 유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식품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 수치가 높은 식품들을 식단에서 제거해야 한다.또한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부족한 영양을 식품으로 다 섭취할 수 없을 때는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한다.
식품 알레르기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알레르기 식품도 있기 때문에 식단 일지를 매일 기록하고, 실제 섭취 시 반응을 보이는 식품을 찾아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는 배변 일지를 사진으로 남기기를 권장하는데 이를 통해 아이의 소화 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께 이유식 진도를 늦추거나 갑자기 먹이던 단백질 식품을 제한하도록 권유하면 당장에 아이의 성장발육에 큰 이상이 생길 것처럼 우울해한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소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37주를 못 채우고 나온 아기와 40주를 다 채우고 나온 아기의 소화 능력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이유식 가이드에 따라 개월 수에 맞춰 진행한다. 아기가 모유나 분유 이외의 음식을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쌀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2-3주 정도 기다린 후에 다시 쌀미음 이유식을 시작하면 전보다 훨씬 약한 반응을 보이거나 반응 없이 통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기의 소화 상태를 고려하며 이유식을 진행하면 식품 알레르기 빈도가 훨씬 낮아진다는 뜻이다.
상담을 하면서 신기했던 건 아기들도 자신이 잘 소화하지 못하는 음식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거다. 한두 번 먹어본 뒤 소화에 불편함을 느끼면 다음번엔 적게 먹거나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현재 먹고 있는 식품과 변 상태가 어떤지 기록하고 알레르기 반응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때로는 지연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아이의 소화력에 따라 시간 차이가 있으며 만 하루까지도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심한 복부팽만이나 잦은 방귀를 뀌고, 변 상태가 나빠지면서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이 심해진다.
변 냄새가 아주 고약해지거나 녹변, 설사, 점액변 등을 보기도 하는데 식품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장내 환경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변 상태가 나빠지면 아토피 피부염도 함께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장은 우리 몸의 최대 면역기관으로 장내 환경이 불안정하면 면역 과민반응이 심해져 염증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이럴 땐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대체 식품을 선택하거나 유산균제를 평소보다 늘려 먹이면서 변 상태가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건강한 장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평소에 유산균과 효소가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세상 어디에도 내 아이와 똑같은 아이는 없으며 모두 제각각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아이의 고유한 특성에 맞춰 육체와 정신의 발달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아이는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 '내 아이만 성장이 뒤쳐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빨리 떨쳐버리길 바란다. 불안함이 조급함을 만들고, 조급함 때문에 아토피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라면 아토피로 인한 고통을 줄이면서 성장과 발달 모두 잡을 수 있다.
아토피가 좋아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는 매 순간 성장하고 있으며 면역계도 성숙되고 있다. 우리가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케어해나간다면 아토피는 우리의 시간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