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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토피 itopy Apr 16. 2022

애증의 스테로이드

잘 쓰면 약, 잘 못쓰면 독



내가 회사에서 상담일을 하던 시절, 스테로이드가 첨가된 보습제를 마법의 크림처럼 속여 판매한 한의원이 있었다. 아토맘들 사이에선 정말 떠들썩한 사건이었는데 그 크림이 효과가 어찌나 좋았는지 몇 통씩 재어놓고 쓰던 엄마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좋은 거라며 아이 몸에 듬뿍 발라줬던 게 스테로이드였다니..



그 때문일까? 아토피 상담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스테로이드에 대한 부모님들의 불신을 허무는 일이다. 실제로 병원에 다녀와서도 처방받은 약을 쓰길 주저하는 부모들이 많다. 스테로이드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 또한 스테로이드 과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왜냐하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다.



나는 5살 때부터 원형 탈모 때문에 머리에 주사를 맞으러 다녔는데 그게 스테로이드인 줄은 한참 뒤에 알았다. 한 달에 두 번쯤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갈 때마다 탈모 부위마다 열 번 정도 주사를 맞았다. 너무 아파서 공포에 질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할머니 손을 으스러져라 잡고 있는 것뿐이었다.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를 투여했기 때문이었는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쿠싱 증후군을 앓았는데 식욕이 걷잡을 수 없이 좋아지고 얼굴이 달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다. 수년간 외부에서 다량의 스테로이드가 내 몸속에 들어오면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게 되 부작용이 발생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증상은 점차 사라졌지만 신장과 방광이 약해져 한동안 저염식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알았더라면 왜 내 몸이 이런 변화를 겪는지 조금은 덜 두려워했을 것이다.  



혹시 '부신'이라는 기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조그만 기관은 좌우 콩팥 위에 각각 한 개씩 붙어있는데 부신의 겉 부분을 부신 피질이라고 부른다. 부신 피질에서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면역 조절과 항염증 작용이 있어 자가면역질환이나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된다.

강력한 효과만큼이나 부작용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데 부작용으로는 면역저하, 피부 색소침착, 홍반, 혈관 확장 등의 피부 악화, 부신의 기능 악화, 쿠싱 증후군 등이 있다.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고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스테로이드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일차적 치료나 류머티즘, 베체트 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면역반응 조절과 같은 경우다.  


 

알고 보면 스테로이드는 다방면으로 쓰이고 있는 효용성 높은 약물이며 잘 사용하면 우리 삶을 질을 높일 수 있음에도 잘못된 정보 때문에 사용을 망설이다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영유아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심한 염증을 방치하면 피부 면역이 떨어져 패혈증에 이를 수 있고 알레르기 수치가 계속 높아지면 비염, 천식, 식품 알레르기 등 더 많은 알레르기 증상들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아래는 필자가 예전에 아토피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이다. 이 글을 읽는다면 스테로이드 사용이 더 이상 두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스테로이드 연고 꼭 써야 할까?
 

스테로이드는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항염/소염제로서 항생제와 더불어 현대의학에 있어 획기적인 발견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스테로이드는 '신의 축복이냐 신의 저주이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자랑하지만 그 뒤의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부작용에 대한 논란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아토피 피부염의 진정제는 스테로이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 스테로이드 연고는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많은 엄마들이 미디어를 통해 부풀려진 스테로이드 부작용 사례만을 믿고 극도로 연고 사용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심각한 부작용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에 관한 사례이며, 스테로이드 축척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소모되기 때문에 피부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높은 등급의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과량 장기간 바르는 경우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처방에 따라 확실하게 바르기를 추천한다.


진물이나 상처, 심한 피부 손상을 그대로 두는 일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며 심한 경우 2차 감염을 초래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격이다.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사용하자. 다만 남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쓸 땐 확실히 쓰고 쉴 때는 확실히 쉬자. 임의대로 양을 줄여서 사용하거나 횟수를 줄이면 효과가 반감되니 반드시 정량을 지켜 바르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은 인체의 '항상성' 때문에 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면역 과민반응은 바로 '항상성'이 깨진 경우다. 항상성이 깨어지면 우리 몸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호르몬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매일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매일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되면 내 몸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신피질 호르몬의 양을 스스로 줄인다. 이 상태에서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 몸은 갑자기 스테로이드 결핍 상태에 빠지게 되고 리바운드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리바운드 현상을 막기 위해서 증상에 맞는 외용제 등급과 바르는 횟수가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높은 등급의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장기간 사용한 경우라면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하면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서서히 줄이면서 호르몬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단 뜻이다.


인체는 기계가 아니므로 변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이 지나면 유동성 있게 스스로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간다. 회복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식단관리를 통해 항원 차단과 동시에 면역력을 높인다면 아토피는 호전될 수 있다.
아토피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다림이 지루하고 불안하게 느껴질지라도 기다리자. 몸이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리바운드 현상이란?

『약학』 약물을 급격히 감량하거나 중지하면 약물로 조절되던 질환이 반동적으로 약을 사용하기 전보다

악화되는 현상. 예를 들면,  강압제를 복용하여 혈압을 내린 사람이 약물 투여를 돌연 중지하면 반동적으로

이전보다 혈압이 높아진다. 「영어」 rebound  phenomenon        출처 : 우리말샘(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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