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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구 Aug 15. 2023

언니는 독립영화 같은 사람이야

취향을 함께 공유할 친구가 생긴다는 것

덕질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점이다. 배우 덕질을 하기 전부터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독립, 예술 영화도 다 찾아볼 만큼. 성인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혼영’을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 내 취향이 다소 마이너 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친구와 내가 고른 영화를 볼 때면 왠지 모를 책임감이 든다. 영화는 보는 중에도 그 친구의 반응이 신경 쓰이고 오롯이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영화 끝나고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할 때도 눈치가 많이 보인다. 친구의 시간을 낭비하게 한 건 아닐지 걱정도 되고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도 솔직하지 못하고 그저 친구의 의견에 동조할 뿐이었다.



구교환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그는 독립영화계의 아이돌이었다. 그는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해서 그는 감독 겸 배우로 연출도 한다. 그의 여자친구인 이옥섭 감독과는 '2X9' (2옥섭, 9 교환)으로 불리며, '2x9 HD'라는 영화사를 만들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이전에도 독립영화를 보긴 했지만, 사랑하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덕질을 하고 나서 독립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특히 '영화제의 맛'을 알게 되었다.


트위터에서 친해진 친구 중 M은 원래 영상과를 전공하다 입덕 이후(사실 전후관계는 모호하다), 예술대학교 영화과로 신입학했다. M이 스페이스에 잠깐 나타날 때면 영화의 연출이나 해석을 해주는데 모두가 감탄했다. 원래도 영화의 내포되어 있는 상징성에 대해 찾아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렇게 대화할 사람이 생기다니. 사실 트위터 친구이긴 하나 M과 나의 나이 차이는 8살이나 난다. 하지만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M과의 첫 만남은 나의 첫 영화제인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때였다.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에는 구교환 감독의 <영화감독 구교환 브이로그>가 뉴쇼츠 부문에 출품되어, 혹시나 그가 GV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다 영화제 자체에도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예매를 해서 칼퇴 후 영화제 기간 내내 압구정 CGV로 출근했다. 트위터에 M이 압구정 CGV라고 해서 그럼 우리 영화 보기 전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며 만나기로 했다. CGV 근처에 만두전골집에서 만났는데 우리는 되게 어색하게 조용히 밥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내 몇 달을 들은 익숙한 목소리에 적응해 스몰톡을 하다가 각자 영화를 보러 갔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서로가 관심을 가질만한 GV나 독립영화를 상영할 때면 먼저 스케줄을 묻는 사이로 발전했고 지금도 좋은 영화친구로 지내고 있다.



최고의 덕친 N언니와 일반인 S와의 첫 만남

다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덕친중 하나인 N언니와 일반인 S의 첫 만남에 대해서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우리의 만남은 거창하게 말하자면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그때 만나지 못했더라면 못 만났을 것 같은 인연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구교환 이옥섭 감독은 이마트와 협업해서 단편영화 두 편을 공개하고 GV 행사를 했는데, 아쉽게도 이벤트에 당첨되지 못해 표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출퇴근길이라도 그들을 보고 싶어서 선물을 사들고 광화문 씨네큐브로 향했다.


버스에서 트위터를 보며 가고 있었는데 이미 씨네큐브에 이옥섭 감독님이 도착을 했다는 트윗을 보고 조급해졌다. 계단을 한달음에 내려가니 대기실로 보이는 방이 있는 복도 앞에 소녀들이 모여있었다. 그중 한 분께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옥섭 감독님 도착하셨나요?" 그러자 그분이 "구교환도 온 것 같아요" 그게 S와 나의 첫 만남이다.


난 이 사람이 마음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옥섭으로 물었는데 구교환으로 답을 주다니. 뭔가 마음에 안정감이 들어 S의 옆에서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나타났고 나는 그에게 나를 끌어당기는 자성이 있는 것처럼 그를 쫓아갔다가 다시 S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그를 보느라 영상을 찍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하... 영상을 못 찍었네요... 혹시 영상 찍으신 거 보여줄 수 있나요?"라고 했는데 S의 다른 옆에 있던 N언니가 "저 뒷모습 밖에 못 찍었는데 이거라도 드릴까요?" 이 사람들은 진짜 착한 사람들이다. N언니에게서 에어드롭으로 영상을 받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주고받다가 번호를 교환했다. 그들은 영화와 GV를 보러 가고 나는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알고보니 S와 N언니도 초면이었고, 나는 내가 들어가지 못한 GV의 내용도 궁금하기도 했고 이 다정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저 혹시 괜찮으시면, 맥주 한잔 어때요?"

그렇게 광화문에 내가 좋아하는 독일맥주집에서 레몬맥주와 소세지를 먹으며 구교환을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나눴다. 대화를 하다보니 S는 구교환은 좋아하지만 나처럼 깊게 파고드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N언니는 내가 언급하는 인터뷰, 그의 독립영화 모두 이미 봤고, 내가 하는 얘기에 동조하는 것이었다. '이 언니라면 나의 마이너한 취향을 이해해줄지도?' 내 예상은 맞아 떨어졌고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부터 독립영화, 영화제까지 함께하는 영화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S와 셋이서 S의 집에서 밤새 사랑에 대해 떠들며 노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독립영화를 혼자보지 않는다.


*제목과 이미지는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 토끼리님이 디자인한 뱃지에서 차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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