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체크인> 구교환, 이옥섭 편 중에서
*2022년 6월 17일에 블로그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번 주 내내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서울체크인>에 이옥섭 감독님과 구교환 배우 겸 감독님이 출연하셔서 했던 말들이 너무 인상 깊게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려요
이 말에 대해 거의 일주일 내내 생각을 한 거 같다.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사람과 연을 맺고 끊고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했다. 특히 대학시절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경험을 간접경험하고 조언을 구해야 내 진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들에게 배우려는 시도를 많이 했기에 사랑하는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스쳐 지나간 사람도 많았다.
이효리 님은 사람을 잘 미워하지 않는 거 같다고 말했는데,
나 또한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거슬리는 부분이 생겨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거 같다. 서서히 거리를 두면 그만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람을 너무 미워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쉽사리 끊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 않았나 싶다. 특히, 직장인에게는 직장생활에서 많이 마주하는 상황일 것이라 생각한다. 길지 않은 직장생활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워하는 사람을 많이 마주했다.
구교환 배우가 너무 미워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이옥섭 감독은 그 사람을 귀여워해보라는 말을 해줬다고
했는데, 나도 이미 가끔 활용하던 방법이다. (물론 쉽지 않고 가능범위를 뛰어넘는 사람도 있지만) 특히, 그걸 뭔가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을 입으로 내뱉으면 그 효과는 증폭되는 것 같다. 싫은 와중에도 애써 장점을 찾고 말로 표현함으로써 그 사람을 볼 때 좋은 점이 강조되어서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도 나에 대한 호감이 생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들도 저들의 상황이 있고 어쩌면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미움을 덮는다면 이 세상에 미워할 사람은 없을지도. 하지만 어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다.
구교환 배우님은 본인이 사랑이 너무 많아서 미워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했는데 이 두 사람의 대화에 깊이 공감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친한 언니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다가 정재승 교수 나온 <집사부일체>를 봤는데, 'oo에게 화가 난다'='oo를 나로 인식하고 있어서 그렇대. 가까운 사람한테 화를 더 많이 내잖아. 요약하자면 가깝다 여기는 사람일수록 뇌가 '나로 인지해서 왜 내 맘 같지 않게 하냐 해서 화가 난다는 얘기지"
그러니까 우리의 뇌는 나로 인식할 만큼 가까운 사람에게 화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가깝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을 나와 같이 인지해서 나와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화를 내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나의 미움받는 사람들은 나로 여길 만큼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종종 마주하는 자기혐오도 이런 자기 연민으로 극복하는 것은 어떨까.
가끔 너무나도 미운 나를 사랑해 버리고 귀여워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함을 더더욱 절실히 느낀다. 특히 나는 타인에 대한 잣대보다 자신에게 대는 잣대가 가혹할 만큼 높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귀여워하다 보면 적처럼 느껴지던 나 자신도 가장 소중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서울체크인>을 보면서 이엑구(2x9 hd : 이옥섭감독과 구교환 배 감을 뜻한다)를 발견하고 좋아하게 된 일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사건임을 다시 한번 환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들어서 마주한 가장 무해하고 가장 좋았던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