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구 Oct 15. 2023

서른이 넘었지만 응애예요

나이가 들수록 더 부모가 없으면 어떻게 사나

하고 생각한다

내 불안정한 능력에 불신이 가득하다


나는 어릴 때 내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나는 1인분을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눈빛에는 총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영특함, 총명함 역시 허상이었나

갑자기 고장 난 것은 아닐 것이다

서서히 서서히 부식되어 왔을 것이다

그러다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 생각한다

아직은 먼 미래일 수 있지만

언젠가 나는 혼자 살아내야 한다

자신이 없다

지금의 상황은 심하게 좋은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좋았던 때를 추억한다면 요즘일 것이다

삶이 유한하다

내 부모의 삶도 그렇다

내 삶 또한 그렇다

영원히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기에

매 순간 만끽하기 위해 애쓴다

어쩔 땐 큰 슬픔이 아주 큰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덮치기 전에 거품처럼 내가 사라졌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도달하면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가

난 적당히 늙었고

적당히 젊다

애매하다


결국 이렇게 우물쭈물하다 끝나겠지

결국 그렇게 되겠지​


내 애매한 행복함과 애매한 우울감


난 대체 나를 어떻게 길러내고 싶은 걸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 수 없는 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