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에필로그

한국 시계의 미래를 향한 제언

by 김진산

제10장 에필로그 – 한국 시계의 빛나는 미래를 향한 제언


나의 설레는 첫 만남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한때 전 세계로 수출되던 ‘메이드 인 코리아’ 시계의 찬란한 영광과 그 이면에 숨겨졌던 좌절의 순간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씨앗들까지…이 여정은 단순한 산업사를 넘어, 시간에 대한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되돌아보는 기회였으리라 믿는다.

때로는 안타까움에 가슴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가능성에 가슴이 뛰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지금,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시계’라는 두 글자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를, 그리고 한국 시계 산업의 미래를 향한 작지만 단단한 관심과 애정이 싹트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10-1시간을 넘어선 가치: 왜 지금, 한국 시계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래서, 우리가 왜 굳이 시계를 알아야 하고, 이미 사양 산업처럼 보이는 시계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요?”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손목 위의 작은 기계가 과연 국가의 미래를 논할 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시계 산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한 국가의 기술 역량과 미래 산업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핵심 산업이다.

스위스와 일본의 압도적인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두 나라가 세계 시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계 산업이 본질적으로 지닌 고부가가치 창출력과 기술·지식 집약적 특성 때문이다. 시계는 작은 몸체 안에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장인정신과 독보적인 기술력, 혁신적인 디자인,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를 집약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는 교육과 인재 양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기에, 우리와 같은 나라에 오히려 적합한 산업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계 산업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측면을 넘어, 한 국가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담금질하고 미래 산업의 혁신을 견인하는 **‘기술의 요람(搖籃)’**이라는 점에 있다.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는 수백 개에 이르는 초정밀 부품이 극도의 정밀도로 조화를 이루며 작동해야 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스프링을 정밀 제어하고, 나노미터 단위로 가공된 미세 톱니바퀴를 조립해 수십 년간 오차 없이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초정밀 제조 기술은 국가 산업 경쟁력의 **‘척추’**에 해당한다. 반도체의 미세 공정, 인공지능 로봇의 정교한 동작, 첨단 의료기기의 생체 센서, 항공우주 부품의 내구성 확보 등, 미래 핵심 산업들의 기반에는 이와 같은 정밀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숙련된 인력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시계 산업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려는 감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기반을 더 견고히 다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삼성시계의 무브먼트 국산화 도전은 한 기업의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초정밀 제조 기술 내재화의 기회를 놓친 국가적 아쉬움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계 산업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육성된 기술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로 확산되며 혁신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이다.

초정밀 가공 인력은 반도체 장비 개발에, 마이크로 부품 조립 노하우는 의료 로봇의 정밀성 향상에, 시계 디자이너의 미적 감각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UX 설계에 기여할 수 있다. 시계 산업은 단순 제조업을 넘어 미래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이자, 대한민국 기술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기반 중 하나로 시계 제조 과정에서 축적된 초정밀 기술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시계 산업은 티타늄, 세라믹, 실리콘 등 첨단 신소재의 개발을 선도하며 소재 공학의 진보를 이끌고 있다. 생산 공정 측면에서도 AI 및 로봇 자동화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의 고도화에 기여한다. 또한, 시계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착용해 온 기계 장치로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기기 등 차세대 HMI 기술 개발에 귀중한 밑거름이 된다.


결국, 시계 산업에 대한 투자는 단일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기술 주권의 강화, 미래 산업 경쟁력의 토대 마련,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다층적인 국가 전략의 한 축을 이룬다.

우리가 지금 한국 시계 산업에 주목하고, 그 부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책임이자 의무다.



10-2현실 직시와 미래를 향한 과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국 시계 산업이 스위스나 일본의 무브먼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계 무브먼트 시장의 독과점적 구조,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그리고 과거의 전략적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 시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검증된 해외 무브먼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디자인 경쟁력, 품질 경쟁력,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컬처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한국적 아름다움과 독창적인 스토리를 담은 매력적인 한국 시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사실, 일본의 세이코와 시티즌, 스위스의 스와치 역시 자국산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스위스나 일본산 무브먼트를 수입해 자국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이는 무브먼트를 반드시 자체 생산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함을 보여준다.

필자는 시계 산업에 오랜 기간 종사한 경험자로서, 굳이 국가적 역량이나 대기업 차원에서 무브먼트 생산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나라처럼,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면 된다. 물론, 무브먼트 생산이 충분히 가능한 기술력과 자본을 갖추게 된다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국산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브먼트 생산은 상상 이상의 고난도 작업이며, 그에 비해 시계 브랜드 육성과 완제품 제조에 집중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스위스와 일본이 쌓아 올린 무브먼트 기술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면서, 브랜드력과 디자인 역량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옷을 구매할 때 원단보다 디자인과 브랜드를 더 중시하듯, 시계도 무브먼트보다는 전체적인 외관, 브랜드 스토리, 착용 경험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소비자들 역시 한국 시계 산업의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이해하고,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이제 머지않아,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하며 우리만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은 ‘메이드 인 코리아’ 시계가 탄생할 것이다. 그 시계에 담긴 자부심은 우리의 손목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질 수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손으로 만든 한국 시계가 스위스와 일본 제품을 뛰어넘는 브랜드 파워를 갖고, 세계인의 손목에 자랑스럽게 차이는 그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지만,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행동이다.



10-3한국 시계의 미래를 디자인하라! –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로


이 책을 읽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필자는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다. 시계 산업은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분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을 펼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시계는 끝났어요. 아무도 비싼 돈 주고 시계 안 사요.” 그러나 그것은 시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편협한 시선일 뿐이다.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만 본다면, 스마트폰이 훨씬 편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계는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손목 위에서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 추억의 증표,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러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스토리는 디지털 기기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다. 젊은 여러분에게 시계 산업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겐 이미 ‘K-컬처’라는 강력한 날개가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콘텐츠의 성공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고 있으며, 한국의 디자인과 제품에 대한 호기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여러분의 손끝에서 K-컬처의 감성을 담은 독창적인 디자인이 탄생하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할 한국 시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디자인 역량을 갖춘 나라다. 이 강점을 전통적인 시계 산업과 융합한다면, 혁신적인 스마트워치 개발이나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계의 탄생도 결코 꿈이 아니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개성’과 ‘스토리’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독창적인 마이크로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열어준다. 디자이너, 기술자, 마케터, 스토리텔러… 여러분의 열정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는 시계 산업 안에 무궁무진하다.


물론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삼성시계의 무브먼트 국산화 실패는 분명 뼈아픈 역사였지만, 포체, 해리엇, 티셀과 같은 국내 중소 브랜드들의 끊임없는 도전은 여전히 한국 시계 산업의 저력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젊음의 가장 큰 특권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아이디어, 그리고 끝없이 불타오르는 여러분의 열정…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침체된 한국 시계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한국 시계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10-4한국 시계, 세계인의 손목에서 빛날 그날을 그리며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시계와 함께 울고 웃으며, 한국 시계 산업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겪어왔다. 때로는 절망감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시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언젠가는 한국 시계가 다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오늘까지 버텨왔다.

그리고 이제, 필자는 그 꿈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K-컬처의 눈부신 성공과 함께 ‘한국’이라는 나라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다.

과거 우리는 OEM 생산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성장해 왔다. 이제는 K-컬처라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독창적인 브랜드와 스토리를 담은 한국 시계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도전해야 할 때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한국만의 미적 감각과 기술력을 담은 시계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한때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기술력과 끈기가 있고, 무엇보다 K-컬처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과 열정과 재능으로 뭉친 젊은 세대가 있다.

여기에 정부의 현명한 지원 정책,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더해진다면, 머지않아 한국 시계가 스위스나 일본 시계 못지않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10-5 시간의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필자의 작은 경험과 지식이 과연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며, 시계에 대한 나의 열정과 한국 시계 산업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나마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점점 더 간절해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택해 주시고 끝까지 함께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짧지 않은 여정 동안, 시계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졌다면, 그리고 한국 시계 산업에 대한 관심이 한 줌이라도 싹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의미를 지녔다고 믿는다.

한국 시계의 빛나는 미래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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