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경영으로 사업하라.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지혜

by 김진산

24장 상생 경영


"혼자서는 작은 일밖에 할 수 없다. 함께해야 큰일을 할 수 있다."

"Alone we can do so little; together we can do so much."

- 헬렌 켈러 (Helen Keller)


진정한 비즈니스의 동반자 의식

사업의 세계는 고독한 전쟁터처럼 보일 때가 많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냉혹한 현실은 많은 경영자들을 고립시킨다. 그러나 나는 사업을 영위하며 깨달았다. 진정한 성공은 혼자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헬렌 켈러의 말처럼, 우리는 혼자서 작은 일밖에 할 수 없지만, 함께하면 상상 이상의 큰일을 이룰 수 있다. 모임과 인맥이 단순한 인적 자산을 넘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견고한 시스템을 의미하듯,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S거래처와의 동반 성장: 재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다

우리 회사의 단골 S거래처로부터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주문량을 받았다. 단순한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는 새로운 상품을 소개한다는 핑계를 삼아 직접 S회사를 방문했다. 구매 담당자는 그저 물건이 잘 판매되지 않아 재고가 쌓여있어 추가 주문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의 설명을 듣고도 석연치 않은 마음에 직접 창고를 둘러보기를 요청했고,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창고에 보관된 우리 회사 상품들의 포장 박스가 잘못된 보관 방식으로 인해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특히 캐릭터 상품의 경우 작은 흠집 하나, 포장 박스의 구김 하나도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재고 관리 담당자는 이러한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즉시 S회사에 제안했다. “이 문제, 저희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보관 중인 모든 제품의 포장 박스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었다. 더 나아가 다음 재고부터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S회사 창고에서 사용할 맞춤형 보관용 박스도 따로 준비해 함께 보냈다. 이러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 덕분에 S회사는 빠르게 재고를 소진할 수 있었고, 나는 곧바로 추가적인 재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순간의 이익만을 쫓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 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S회사는 우리 회사를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닌,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다.


OEM 상패 사건: 손해를 감수한 신뢰의 투자

행사용품으로 사용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품의 경우, 작은 글자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상패처럼 개인화된 제품들은 이름이나 날짜가 단 한 글자라도 틀리면 수십만 원짜리 제품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들은 통상적으로 두 번 이상 문안을 꼼꼼히 확인한 후에 납품한다. 연말 행사에 사용할 상패를 대량으로 주문한 단골 고객사와도 여러 차례 문안을 재차 확인한 후 납품을 완료하였다.


그러나 행사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이어의 실수로 인해 상패의 글자 한 자가 잘못 인쇄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바이어는 자신의 비용으로 상패를 새로 제작할 테니, 행사 일정에 맞춰 최대한 빨리 납품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비용 문제보다는 촉박한 납기 기한이 더 큰 문제였다.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추가 비용(재료비, 인쇄비, 배송비 등)을 내가 부담하고, 거래처에게 밤샘 작업 비용까지 충분히 지불하며 상패를 새로 제작하여 행사에 맞춰 보냈다. 이로 인해 나의 제작 비용은 처음보다 두 배가 들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손실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노력과 책임감은 담당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는 자신이 아는 여러 기업에 우리 회사를 강력하게 추천해 주어 이후 수많은 주문을 받게 되었다.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함으로써 장기적인 신뢰와 사업 확장의 기회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는 ‘고객 감동’을 넘어선 ‘고객 충성도’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비즈니스 전략이 되었다.


인쇄소 사장님의 통 큰 도움: 위기 속 상생의 본보기

사업 초창기, 미국에서 대규모 인쇄물을 주문받아 한국에서 제작하던 때의 일이다. 선글라스 회사의 카탈로그였는데, 총 48페이지 중 8페이지에서 내 직원의 교정 실수로 회사 전화번호의 두 자리가 잘못 인쇄되었다. 바이어는 전체 인쇄물을 다시 제작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인쇄를 감당하기에는 당시 나의 사업 규모로는 엄청난 비용 손실이 불가피했고, 무엇보다 촉박한 납기 기간 문제가 겹쳐 회사 전체에 큰 위기가 닥쳤다. 당장 회사의 존폐가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나는 인쇄소 사장님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인쇄소 사장님은 나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추가 비용 요구 없이 모든 인쇄물을 다시 제작해 주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모든 인맥과 능력을 총동원하여 복잡한 해상 운송 대신 비행기 운송 방법을 찾아내고, 까다로운 통관 절차까지 해결해 주어 어려운 납기 기한을 맞출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분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나는 무사히 납품을 완료할 수 있었고, 막 사업을 시작하는 나에게는 실로 엄청난 도움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그 인쇄소 사장님과 평생을 함께할 비즈니스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그의 인쇄소는 우리 회사의 모든 인쇄물을 전담하게 되었다. 그의 통 큰 결정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신뢰와 의리로 이어진 상생 경영의 아름다운 본보기였다.


사업은 동반자 관계: 나의 성공은 너의 성공이다

나는 사업의 주요 거래처를 상대할 때, 단순히 상업적인 관계를 넘어 ‘동반자’이자 ‘동업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대한다. 예를 들어, 부품 공급업체가 일시적으로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비록 신용 거래가 가능할지라도 일부 선수금을 미리 지급하여 작업 진행을 돕는다.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나의 사업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의 손해가 곧 나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급망 관리’의 핵심 원칙인 리스크 분산과 안정성 확보와 일맥상통한다.


사업은 거래 당사자 모두가 윈윈 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변치 않는 경영 철학이다. 바이어든 공급자든 그들은 나의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다. 그들을 단순히 거래처로만 볼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의 사업 성공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업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이 나의 제품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이는 곧 그들의 판매 부진을 의미하고, 결국 나에게 더 이상의 주문이 없어진다. 마찬가지로 하청업체가 자금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이는 최종적으로 나의 생산과 납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문된 상품이 잘 생산되고, 잘 팔리도록 도와 상대방이 더 많은 제품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 곧 서로의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사업의 성공은 사업 파트너들과 얼마나 견고하고 건강한 윈윈 관계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상생 경영,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필수 조건

기업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다. 공급자, 유통업체, 고객, 협력사, 그리고 직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들과 건강한 상생 관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기업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상호 간의 윈윈 전략은 단기적인 시각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당장의 이익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사업 파트너들과 굳건한 신뢰는 그 어떤 재정적 자산보다도 가치 있고 소중하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다 보면 거래에 있어서 손발이 척척 맞게 되는 시너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제는 이러한 협조적인 관계를 잘 구축하는 회사들과 거래가 나에게는 가장 큰 사업적 자산이 되었다. 서로 성장하고 함께 번영한다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의 이익이나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면 파트너들과 관계는 필연적으로 악화되기 마련이다. 이는 ‘제로섬 게임’과 같이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한다면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윈윈을 이룰 수 있다. 공급자에게는 안정적인 거래처와 정당한 이윤을 제공하고, 유통업체에게는 품질 높은 상품과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지원하며, 고객에게는 만족스러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사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실천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상생의 길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든 당사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지난한 과제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소통과 유연한 타협을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파트너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핵심이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혜안과 리더십이다. 개별 기업의 단독적인 성공을 넘어, 협력사들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인 경쟁보다는 이타적인 협력을 도모하며, 자신의 사업이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의 건강과 균형을 꾀해야 한다. 결국, 사업의 본질은 혼자서만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사업 파트너들과 동반 성장은 필연적으로 나의 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 함께 비즈니스 파이를 키워나갈 때 비로소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할 수 있으며, 이는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확장한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사업 동반자들과 상호 발전에 달려 있다. 독식보다는 나눔을, 대립보다는 화합을 선택하는 지혜, 경영자는 이러한 윈윈 방정식을 풀어나갈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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