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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산 Oct 30. 2024

상생 경영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지혜

사업은 상호 간의 윈윈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경영 철학이다. 바이어나 공급자는 단순한 거래 상대가 아니라 나의 사업 파트너이며, 더 나아가 동업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이 손해를 보면 결국 나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온다. 도매상인 나의 바이어가 판매 부진으로 인해 나의 재고를 많이 보유하게 되면 내게로 들어오는 주문이 줄어들게 된다. 협력업체인 공급업체가 자금 문제로 인해 제품 생산이 어려워지면 나 역시 문제를 겪게 된다. 따라서 주문된 상품이 공급업체에서 잘 만들어지고  고객인 도매상에서 잘 팔려야만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


거래처인 바이어 S사의 주문이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신상품 소개를 핑계로 S사를 방문했다. 구매 담당자는 상품이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였고, 이로 인해 추가 주문이 지연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고를 둘러보니 재고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 포장 박스 등이 변형된 상태였고, 창고 담당자는 이에 대해 무관심했다. 변형된 상품을 그대로 매장에 보내다 보니 고객들이 이를 구매하지 않았다. 특히 캐릭터 상품은 작은 흠이라도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재고 관리 담당자는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나는 모든 재고를 새 박스로 교환하여 제품의 외관을 개선했고, 고객 창고에 사용할 보관용 박스도 따로 준비해 함께 보냈다. 이로 인해 상품의 가치를 유지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었고, S사로부터 재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행사용품으로 사용하는 OEM 제품은 글자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상패의 경우 이름이나 날짜가 한 글자라도 틀리면 수십만 원짜리 제품이 쓸모없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문안을 두 번씩 확인한 후 납품한다. 단골 고객이 연말에 사용할 상패를 대량 주문했고, 우리는 재차 확인 후 납품을 완료했다. 그러나 행사 며칠 전, 바이어 직원의 실수로 글자 한 자가 잘못된 것을 발견했다. 바이어는 자신의 비용으로 상패를 다시 제작할 것을 요청했고, 시간에 맞춰 줄 수 있기를 부탁했다. 문제는 비용보다 시간이었다. 나는 모든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밤샘 작업을 통해 상패를 재제작해 행사에 맞춰 납품했다. 비용은 처음보다 두 배로 들었지만, 이후 담당자는 우리 회사를 여러 곳에 강력히 추천해 주었고, 덕분에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 초창기, 나는 미국에서 인쇄물을 대량 주문받아 한국에서 제작한 적이 있다. 선글라스 회사의 카탈로그였는데, 총 48페이지 중 8페이지에서 직원의 교정 실수로 회사 전화번호 두 자리가 잘못 인쇄되었다. 바이어는 전체 인쇄물을 다시 제작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나의 사업 규모로는 재인쇄가 큰 비용 손실이었다. 게다가 재인쇄 시 납기 기한이 매우 촉박해 고객이 요구한 기한 내에 납품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인쇄소 사장은 인쇄를 다시 해주었고, 운송 방법과 통관 절차 등을 통해 납기 문제까지 해결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납품할 수 있었고, 그 인쇄소 사장과는 평생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나는 부품 공급업체가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신용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선수금을 주고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이는 단순히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며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협력업체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이는 결국 내 사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선수금을 제공함으로써 협력업체가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나 역시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력업체의 문제가 결국 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조치는 필수적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사업 파트너들과 얼마나 윈윈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공급자는 안정적인 원자재와 제품을 제공하고, 유통업체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시장에 전달하며, 고객은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들과 건강한 상생 관계를 구축해야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상호 간의 윈윈 전략은 단기적인 시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당장의 이익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더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사업 파트너들과의 굳건한 신뢰는 그 어떤 자산보다 소중하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다 보면 거래가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협조를 잘하는 회사들 간 거래가 나에게는 큰 자산이다. 서로 성장하고 함께 커간다는 의미가 바로 이러한 것이다.

당장의 이익이나 개인의 이익만을 챙기려 한다면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악화되기 마련이다. 반면,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하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 공급자에게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제공하고, 유통업체에는 품질 높은 상품을 공급하며, 고객에게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소통과 타협을 통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파트너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통찰이다. 개별 기업의 성공을 넘어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비전을 그려야 한다. 이기적 경쟁보다는 이타적 협력을 도모해야 하며, 자신의 사업이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의 건강함을 꾀해야 한다.

결국 사업의 본질은 혼자가 아닌 함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업 파트너들과의 동반 성장은 필연적으로 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성장할 때 비로소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사업 동반자들과의 상호 발전에 달려 있다. 독식보다는 나눔을, 대립보다는 화합을 선택해야 한다. 경영자는 이 윈윈의 방정식을 풀어나갈 지혜와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상생 경영,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지혜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 아프리카 속담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성공의 비결은 단 한 가지 잘할 수 있는 일에 광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 톰 모나건

"The secret of success is to do the common thing uncommonly well." - John D. Rockefeller Jr.


"비즈니스에서 당신이 받는 것은 당신이 준 것에 비례한다." - 밥 버그

"In business you get what you give." - Bob 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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