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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윤상학 Oct 03. 2024

캐나다 단풍 여행을 앞두고

나이아가라와 메이플로드

 아침, 저녁 공기가 달라졌다. 한낮의 볕은 여전히 따가우나 왠지 쓸쓸하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도 쓸쓸한 기운이 잔뜩 묻어 있다.


 10월이면 하늘도 땅도 기운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것 같다. 푸르게 짱짱히 하늘 높이 솟구치던 기운들이 팽팽하던 풍선에 구멍 뚫린 듯 사그라들대로 사그라들어, 온 천지 대기가 쓸쓸함으로 가득 차 있다.

 코스모스, 억새, 갈대 일렁이는 산책길을 걷다가 온몸 휘감는 쓸쓸함에 저 밑바닥까지 마음이 가라앉게 된.

 

 유난히도 무덥고 길었던 여름 지나오느라 캐나다 단풍 여행 날짜를 먼 날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어느새 날짜가 바짝 앞으로 다가왔다. 무더위 속에 세월은 그렇게 휙휙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훌쩍 앞으로 다가온 단풍 여행에 울적히 가라앉았던 마음이 살포시 설레기 시작한다. 

 



 드디어 꿈꾸던 나이아가라 폭포를 대면하게 되었다. 드디어 메이플 로드를 가게 되었다. 그 장엄한 폭포 앞에서 환호할 것이고, 자연을 찬양할 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세상에 젖어 나도 붉게 타오리라.


 드디어 캐나다를 간다. 드디어다.

5년 전,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2019년 한 해 동안 머리와 마음을 가득 채웠던 건 나이아가라 앞에서 머리칼 휘날리며 황홀경에 젖어든 모습과 활짝 열어놓은 차창으로 넘쳐 들어오는 향긋한 나뭇잎 냄새 들이키며, 감미롭게 흐르는 음악 속에서 붉게 물든 메이플로드의 황홀한 세상을 렌터카로 천천히 달리모습이었다.

 

 나이아가라서부터 퀘벡까지 여정을 짜고, 국제선  국내선의 항공. 기차, 렌터카 등 교통편과 각 지역에서 묵을 숙소 검색과 예약 과정 동안 내내 캐나다 동부에 빠져 지내었었다.


 치열하 살아, 제 할 무사히 치러낸 자에게 상하기 위해 회갑을 맞은 기념으로 단독 자유 여행꿈꾸었다. 그래서 선정된 캐나다.

 혼자여도 타 외국어에 비해 좀 더 익숙한 문자와 말소리,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인종 차별이나 총기 문제로 인한 사고 등이 좀 덜한, 조금은 안정되고 안전한 지역이어서 캐나다를 선정하였다.

 

 그러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지금도 책장 한 곳에 그때 열심히 찾았던 정보와 여행 일정표가 버리지 못한 아쉬움으로 잘 모셔져 있다.


                 2019년 캐나다 여행계획 내용



 쫄아들 대로 쫄아용기 때문에 할 수 없게 되었다. 공교게도 출발을 1 달여 앞둔 시점에 캐나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어쩌면 그 뉴스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계획대로 캐나다를 가지 않았을까 한다만 뉴스 하나는 열심히 보는 데다, 더구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터라 캐나다 관련 뉴스는 더욱 챙겨 보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부부가 주검으로 견되었고, 인은 10대 청소년 2명으로 잡혔다.

부부는 캐나다 주민었다. 뉴스를 접하는 순간

얼어붙었다.


 '캐나다 주민'이, 그것도 '부부'가, 달리던

'고속도로' 차량에서 주검을 당한 사실은

나의 여행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동양인', '회갑에 접든 여성 혼자'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몬트리올, 퀘벡 지역 '구석구석"을 지역 주민인양  돌아볼 여정이었으므로 엉켜진 마음으로 계획을 재고하게 되었다.


 결국 그 사건은 포기에 이르게 하였다.

그리고 3년여의 코로나에, 그리고 안전제일주의의 몸이 된 입장이어서 1년여의 안정화된 코로나 기세를 관찰 후 이제 드디어 가게 되었다. 러나 희망에 부풀었던, 여기저기로 가다가 호기심 생기면 옆으로 빠져 계획에서 벗어나 맘껏 자유롭게 즐기리라던  홀로의 자유로운 여행이 아니다. 단체 관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행 마니아가 운영하는 카페 지기를 통하여 가는 것이어서 인원수도 여정도 어느 정도 충족해 주는 일정이다.


 그래도 쥐꼬리 만한 남은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일행들 먼저 보내고 하루를 홀로 남아 자유 시간을 즐기기로 하였다. 마지막 일정인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1박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웠고, 쏟아지는 광엄한 폭포의 전경을 최고로 볼 수 있는 호텔에서 숙박하고픈 마음 간절하여 홀로의 여정을 다른 호텔을 예약하여 추가로 보내기로 하였다 딱 하루인 여정을.


 머무는 호텔의 스타 벅스에 앉아 바깥 풍경 즐기고 있을 때, 은발의 조니 미첼이, 아니면 말쑥하게 차려입은 마이클 부블레 가게로 들어오는 모습을 당치도 않게 상상해 본다.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된 그네들의 곡을 슬며시 보여준다. 상상만 해도 설렌다.


                      조니 미첼과 마이클 부블레




 실은 10여 년 전 나이아가라 여행을 할 기회는 있었다.

딸아이가 미고교 진학할 때 함께 동행해서 미국에서 6개월가량 체류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랜드 캐년을 비롯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서부 지역 일대를 돌아보았고, 딸아이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방학을 이용하여 딸애와 함께 미 동부 지역의 보스턴, 뉴욕, 워싱턴 라인을 돌아보았을 때, 그때 나이아가라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이 대학 진학 관련하여 대학 캠퍼스 투어에 중심을 두다 보니 아예 생각을 못하였고, 무엇보다 그랜드 캐년의 장대한 풍광에 압도되어  이상의 풍광은  마음속에 다가오지를 않았었다.

 그리고는 다른 지역으로 다니느라 한동안 북미 지역은 관심에서 좀 벗어나 있었다.




 일정에 따른 여행 준비 목록을 작성하고, 여권 사본, e 티켓 항공권 출력, 호텔 및 교통편 예약 확인서 출력, 캐나다 달러 환전, 트래킹용 스틱, 백패킹용 스몰백, 상비약, 간식거리 구매 등 여행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다. 그렇듯 여행은 준비할 때가 제일 마음 설레는 듯하다. 마음은 이미 나이아가라 폭포 앞과 메이플 로드 한가운데에 가 있다.


                          여행 준비 목록



 이번 여행 코스는 토론토 공항에서 킹스턴~

몬트리올(1박)~퀘벡 라말베(1박)~퀘벡(2박)

~몽트랑블랑(1박)~몬트리올~오타와(1박)~

알곤퀸 공원(1박)~나이아가라 폭포(1박)~ 미시소거(1박)이다.


나는 나이아가라에서 1박을 추가로 연장하여 홀로 자유시간을 가진다.


 라말베에서의 샤를브와 산과 몽트랑블랑, 알곤퀸 공원 에서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의 트래킹이 이루어진다. 단풍 속으로 걸으며 단풍 천지를 내려다보게 된다.


 2019년에 계획했던 나 홀로 여행 코스몬트리올에서 2박, 퀘벡에서 2을 더 하는 것으로, 이 일대의 전원주택을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하여 아름다운 이스턴타운싑, 베생폴, 오를레앙섬 등 비롯하여 시골 구석구석을, 상황 되면 자전거로도 돌아볼 예정이었다.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날씨가 잘 받쳐주어 하얀 솜구름 둥둥 떠다니는 높고 파란 하늘 아래 오색 찬란하게 곱게 물든 단풍과 온전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오고 싶다.


 여행은 다음 주 10/7(월)~18( 금 )까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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