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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Jun 28. 2021

점쟁이도 말해주지 않았어

너는 결국 경단녀가 될거야


특별히 종교에 빠졌던 적도 없었고 무속 신앙이나 오컬트에 심취하지도 않았지만 간혹 새해가 되면 친구들이랑 사주팔자를 보러 갔던 적은 종종 있었다. 믿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우리 모두 인생의 성공에 대한 실마리를 주진 않을까 하는 혹시나하는, 혹시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사주쟁이들의 속 빈 알맹이를 감싼 화려한 언변 속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티끌만큼이라도 발견 한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것이 1%라 하더라도. 5만원에 1%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살면서 사주를 다섯 번은 넘게 봤던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은 게 없는 걸 봐서는 그만큼 평범한 인생이었나 싶기도 하고, 내 인생의 울퉁불퉁함이 살면서 발에 채이는 구질구질함의 평균이라면 다들 이 정도는 버티고 살고 있는 거겠지 했다.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게될 것이라 말도 했고(이 말은 맞았다) 땅이니 물이니 사주 논리를 늘어놓으며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 것인지 말도 해줬는데 그런 논리의 사람이 도무지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사주에 대한 좀더 해보면 내가 결혼할 때 가장 많은 사주를 보았던 것 같다. 엄마, 할머니, 남편의 가족들 모두 우리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려는 듯 각자 우리의 궁합을 보았고, 한 명은 믿을 수 없으니 최소 두 명의 용한 점쟁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의견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였다.

그들이 모두 일언반구로 궁합이 그리 좋다고들 했으니 좋은 거겠지 싶었다. 


내가 태어난 일과 시간에 따라 내 인생의 곡선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는 사주팔자.

그런데 어느 사주쟁이도 쓸데 없는 말만 늘어놓고 내게 가장 중요한 말을 해주지 않았다.


너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될 것이고, 경단녀가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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