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난 지금도 첫 출근의 아침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사무실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었고, 해당 지역은 지하철이 없었으므로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10여분 정도 이동해야했다.
당시 날짜는 2012년 1월 16일(월요일) 이었으므로 날씨는 매우 쌀쌀했으나, 하늘은 매우 맑고 쾌청하였다. 무엇보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마주하게된 눈 덮인 북한산의 드넓게 펼처진 절경이 또렷하게 기억 난다. 이른 아침의 북한산의 경이로운 모습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첫 출근의 긴장감과 함께 감동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다.
김준범 대표님의 사무실은 우이동 어느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5층 빌딩의 5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대부분 빌라였던 주택 지역임에도 사무실 용도의 5층 빌딩이 있었다는 점과, 그래서 좁은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5층은 건물주가 사용하던 가정집 구조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5층 내부는 방 3개, 화장실 2개, 거실 구조로 되어 있었고, 32평은 족히 되어 보였다. 안방에는 김준범 대표님의 책상과 회의 테이블이 있었고, 작은방에는 선임 직원이 사용했을것으로 보이는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거실과 부엌 등 나머지 공간에는 판매중인 제품의 박스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간 자체가 가정집 형태였으나, 입구부터 거실 전체가 제품들로 가득 쌓여있었기 때문에,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물류창고에 가까운 환경이었다. 벽지와 문턱 등 이곳 저곳 낡고 벗겨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거실 창 밖으로 북한산의 절경이 병풍처럼 펼처 보였기 때문에 전망 만큼은 매우 훌륭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김준범 대표는 이곳이 풍수지리 적으로 기운이 좋아 사업이 잘 되는 곳이라고 했다.
안방에는 김준범 대표님의 책상이 있었고, 작은 방의 책상에는 내가 앉게 되었다. 2012년 1월 각자의 방에서 새로운 팀으로서 시작한 셈이다. 내가 첫 출근하는 날에는 이미 전임 담당자가 퇴사한 뒤였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인수인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실무를 준비해야 했다. 그러므로 나는 하루하루 전임 담당자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당시 김준범 대표님이 기대했던 나의 역할은 B2C 고객을 대상으로한 온라인 쇼핑몰 판매였기 때문에, 당시 ‘메이크샵’으로 제작된 자사몰의 주문내역 확인하고, 고객문의를 처리하며, 택배포장 및 출고의 업무를 찾아 처리하였다.
다만, 웹디자인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몰의 제작과 운영은 나의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인수인계 과정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사몰의 주문량은 하루 평균 3~4건 수준이었기 때문에, 주문취합이나 택배 포장에 있어서도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거실 한켠에 택배포장 작업 테이블이 있었으므로, 쇼핑몰에서 주문내역을 취합하고 송장을 뽑고 포장을 하면, 오후 5시경 로젠택배 기사님이 방문해서 픽업하는것으로 하루의 일과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매우 소박하게 동료없는 나홀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