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7일 수요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운명의 날이다. 그 때 그 사무실에서의 모습은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록되어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미친듯이 울려 퍼지는 전화 벨소리와, 당황을 넘어 흥분하기 시작했던 동료들의 우왕자왕한 모습들, 그리고 연이어 발견한 온라인에서의 놀라운 사건들이 나의 뇌리에 깊이 새겨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어버렸다.
그 날 아사이베리는 느닷없이 한국 시장을 강타했고,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수요는 우리를 압도하여 무섭기까지 했다. 실제로 상담불가, 배송지연 등의 불편에 대하여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는 고객들이 있어 더 그렇게 느꼈던것 같다.
그 날 하루를 돌이켜 보면 놀라움을 넘어 공포와 희열이 공존하는 패닉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에게 아드레날린 측정기가 있었다면, 분명 측정한도를 넘어 계측기가 깨졌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나의 표현이 다소 오버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의 시작을 알리는 강력한 시그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의 비지니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서울 끝자락, 작은 사무실에서 2명의 팀으로 시작한 아사이베리 사업이 어떻게 한국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느지 지금부터 기억을 되짚어 생생하게 설명해본다.
입사한지 20개월이 되던 8월의 여름 무더위는 평년과 다를 바 없이 뜨거웠다. 내가 입사한 후로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고, 더불어 팀원들은 총 이미 5명이 되었다. 웹디자이너 1명, 엠디 2명, 상담원 1명, 물류 1명으로 구성된 우리팀은 모두들 최근 입사한 신입이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적응하는 중이었다.
팀원 5명으로 성장하면서, 아사이베리 사업에 있어 온라인 유통은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B2C 비지니스의 장점답게 불특정 대상으로부터 매일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매출은 현금 흐름에 큰 도움이 되었고, 이러한 안정적인 구조에서 신규 충원을 통해 스케일 업을 도모할 수 있었다.
자사몰을 중심으로 시작하였으나, 외부몰까지 확장할 수 있었는데, 지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은 기본이고, 현대H몰, CJ오쇼핑 등 종합몰까지 입점했다.
물론 일일 택배 출고량도 적을땐 50건, 많을 땐 약 100건에 달하였다. 물류 담당자가 혼자 커버할 수 없었으므로, 오후 3시가 되면 사무직원들 모두 함께 포장에 동참하여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친밀한 시간도 보냈다. 작은 조직 나름의 똘똘 뭉치는 문화가 있었다.
지난 1년간 신규채용하는 과정에서, 책상도 더 필요했고, 포장 공간도 더 필요했다. 그래서 초기 5층 사무실 외에, 추가로 4층을 임차하여 확장하였다. 절반은 사무공간으로 하고 나머지 절반은 창고로 사용하였다.
위와같이 당시 규모를 설명을 하는 이유는 나의 입사 초기 1년간의 견고한 빌드업이 D-Day 에서 폭발으로 발생한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직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폭발적인 수요의 대부분은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이탈되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도 평소와 같이 1시간 일찍 출근하여, 하루의 업무 계획을 체크하였다. 주요 실무를 우선순위로 나열하고, 특히 동료들과 논의할것들과 교육할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9시가 가까워지자 동료들도 하나, 둘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사무실 책상의 모든 전화 7개가 동시에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전화벨소리도 매우 촌스럽고 쩌렁쩌렁한 기본형이었으므로, 사무실은 순식간에 화재 사이렌이 울리는것 같이 정신 없었다. 뭔가 대단한 시스템 오류이거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는것을 직감할수 있었다.
(다음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