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이베리와 아로니아, 그리고 마키베리까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슈퍼푸드 춘추전국시대 중에서도 특히 초기 베리류 돌풍을 돌이켜 볼 때, 진정하는 승자는 아쉽게도 아사이베리가 아니라, 아로니아였다. 유통량 기준으로 볼 때 시장규모가 월등히 큰 품목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배운것은 ‘나홀로’ 사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국내 아로니아 시장 규모가 정말 큰 것 같아요! ”
업계 관계자들과의 미팅 때 종종 나누던 이야기는, 아사이베리 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아로니아 시장이었다. 그렇다. 확실히 우리 회사는 아사이베리에 포커싱 되어 있었고, 아로니아 매출 비중은 매우 낮았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아사이베리 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기도 했지만, 아로니아가 이렇게 큰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주력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김준범 대표님은 글로벌 마켓을 아우르는 소싱 능력으로 아로니아 탑 브랜드들과 컨택하고 있었다. 그 중 글로벌 Top 브랜드 중 하나인 ‘라벤호르스트’도 관심있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정식 유통사가 있었는데, 경쟁사 임에도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팅하였으나, 수익구조 면에서 매력적이지 못하였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에서 인연이 되어 우리가 공격적으로 아로니아를 취급할 수 있었다면 2014년과 2015년 회사 규모는 월등히 달라졌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 아로니아로 홈쇼핑을 진행했던 업체는 2년만에 누적 매출액 400억을 달성했다고 한다. 시장이 월등히 커졌고, 그 과정에서 공급이 원활 했던 것이다.
반면에 아사이베리는 원물의 특성상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아사이베리는 글로벌 생산량이 매우 적었고, 제조 공장도 많지 않았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유통할 수 없는 구조였다. 우리가 가진 물량은 빠르게 품절되기 일쑤였고, 대체할만한 새로운 기업이나 브랜드도 없었다.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아로니아의 각종 마케팅은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수요가 아사이베리를 대체하여 아로니아로 이동하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사실 영양학적 가치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겠다. 어쩌면 소싱보다는 마케팅에 대한 부족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양학적 가치 외에 아로니아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몇가지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공급이 원활하다. 아로니아의 세계적 산지는 폴란드이다. 폴란드에서 생산되는 아로니아는 전세계로 수출되는데, 폴란드 정부에서는 아로니아 재배를 적극 육성하여 폴란드 내 많은 농가에서 아로니아를 재배한다. 이러한 구조는 2014년과 2016년에 걸처 우리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해외 농산물인 아로니아가 당시 침체된 한국의 농업에 있어서 농가들의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에서도 각 지자체마다 농가들의 아로니아 재배를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둘째, (공급이 원활하니) 유통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유통하는 기업이 많다는것은 각 기업에서 투자하는 크고작은 홍보 및 광고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다수의 유통기업이 선보이는 다양한 홍보, 광고 콘텐츠를 통해서 아로니아의 필요성을 느끼고 소비를 일으킨다. 공급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다시 공급이 증가하는 선순환의 구조이다.
셋째, (달콤하여 맛있으니) 소비량이 많다. ‘건강에 좋고 맛도 좋다’는 말을 할때 ‘맛도 좋다’는 말은 사업성 면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는 요소다. 아무래도 맛이 없으면 섭취하는 사람 입장에서 손이 잘 안간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으려고 해도 결국 잘 안먹게 된다. 당연히 전체 소비량에서 큰 차이가 난다. 맛이 없는 소재들은 재구매율이 월등히 낮다. 호기심으로 구입한 첫 번째 소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위와같이 아로니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슈퍼푸드가 되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다수의 판매자들이 유통하고 있다. 이제는 블루베리처럼 일반적인 영양 과실로서 대중성을 갖춘것으로 보인다.
위의 특징들을 이해한다면, 다음세대 슈퍼푸드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중적인 가치는 다수의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이지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한것은 아사이베리, 아로니아베리, 마키베리 삼총사가 슈퍼푸드 초기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역시나 이러한 공식에서 고지베리, 링곤베리 등 다양한 슈퍼푸드가 연이어 출시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