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라는 미지의 문

처음 만난 불투명한 미래

by AZ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도 취업은 어려웠다.


해외연수 경험이나 봉사활동, 각종 자격증이나 수상경력 등 조금이라도 유리하다 싶은 게 있으면 다들 앞다투 듯 준비했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나 나름 열심히 했는데 어디든 내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빠른 아이들은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을 하기도 했는데 나는 졸업하고 나서도 어디에 취업을 하고 싶은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아마도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뭔가 명예욕이 있어서 대단한 일을 하고 싶다거나

돈을 엄청 벌고 싶다던가

안정적으로 일하고자 공무원이 된다던가

어느 자리도 욕심나는 일이 없었다.


졸업하고 그냥 남들 다 하는 토익공부하며 어떤 일을 할지 알아봤던 것 같다.

졸업하고 나서야 취업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했으니 한참 늦었던 것 같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대학원을 간다던가 하는 등 취업하지 않은 친구들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내가 엄청 뒤처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이미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도 있었지만 말이다)


봄에 졸업하고 가을이 되었을 무렵,

나도, 주변 친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반년이 넘게 지내다 보니 살짝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떤 신생 회사를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됐다.

딱히 그 일이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그 회사에 지원해 보면 어떻겠냐고 언급하셨고,

내가 전공한 언어를 살릴 수 있는 번역 회사였다.


전공을 살릴 수 있겠다 = 적성에 아예 안 맞지는 않겠다 = 그럼 해볼 만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지원하고 면접을 봤다.


사실 대면 면접을 보기 전에 일종의 테스트를 먼저 치러야 했다.

번역 테스트였는데 생소했다.

대학에서 그냥 공부하던 회화나 문법만 알고는 자연스러운 번역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울리는 문체도 문서에 따라 다 다르고 자주 쓰는 용어가 따로 있기도 했다.


용어집이나 어떤 가이드도 주어지지 않고 그냥 생으로 해야 하는 테스트였는데, 번역이라곤 전혀 해본 적 없는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테스트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이 괴롭다기보다는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테스트 번역을 완료하고 보내면서도 내 합격여부보다는 이 테스트 번역의 모범답안을 알고 싶었다.


그렇게 테스트를 보내고 얼마 후 대면 면접을 보았다.

신생 회사라 회사는 아주 작았지만 대표님은 나름 정장 차림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평소 편안한 차림으로 출근하는데 면접 때는 정장을 입으셨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나는 건 내가 그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아마 테스트 번역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면접 분위기가 좋아서 약간 기대했던 터라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니 내가 정말 아쉬웠던 건,

테스트 번역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라 형편없었을지언정 나는 그걸 하면서 재미있었기에 이 일이 살짝 욕심났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무실을 나왔고

회사로부터 공식적으로 탈락을 공지하는 연락을 받았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한참을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참지 못하고 회신을 했다.


그리고 그 회신이 내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