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적성 찾기

by AZ


꽃이 피는 시기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일찍 꿈을 가지고 열망하며 살지만,

누군가는 꿈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나는 후자인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엔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게 즐거웠을 뿐이다.

부모님께 걱정도 많이 끼쳤을 아이였다.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는 순간을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오히려 기대했었다. 뭣도 모르고.


대학은 그저 성적 맞춰서, 그저 서울 안에서 통학하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갔기 때문에

학과가 내 적성에 맞을 리 없었다.

등록금이 얼마인지 수업이 얼마짜리 수업인지는 내 알바가 아니었던, 어리기만 한 철없는 아이.


좋아하는 교수님 수업만 열심히 들었고 나머지 수업은 거의 듣지 않았다.

5-10분 지각이라도 하면 수업 도중 문 열고 들어가는 게 싫다는 이유로 수업에 들어가지 조차 않았다.

(혹은 쉬는 시간에 들어갔다)


그렇게 학교를, 말 그대로, 놀러 다녔다.

갓 20살 성인이 된, 새로 사귄 친구들과 낮부터 밤까지 술 마시며 매일을 놀았다.

술독에 빠져사는 삶이 비슷할까.

그땐 그게 너무 재미있었고 20살이 되면 으레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어리고 젊은 날의 치기였던 것 같다.


그 결과는 좋아하던 교수님 과목을 제외하곤 모두 F를 받아 학사경고장이 집으로 날아왔다.

엄마는 놀랐고 나는 별거 아니다 시험을 좀 못 쳤다며 둘러댔다. 엄마가 아빠에겐 비밀로 한 것 같다.

(그래도 좋아하던 교수님 수업은 A학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정말 정신없이

아니, 지금 생각하면 정신을 놓고 놀았다.

그러다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 것 같다.


나는 이대로 사는 게 괜찮은지

어떻게 살고 싶고, 뭘 하고 싶은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다.


나는 한다면 하는 성격이다.

대학을 다시 가기로 마음먹었다.

편입이 아니라 그냥 다시 1학년 입학으로. 리셋.

부모님도 이해해 주셨다.


다만, 나는 재수 학원을 다니고 싶진 않았다.

학원을 가면 또 다른 학생들이 있을 거고 나는 또 친구를 사귀고 놀 것 같았다

(자기 객관화가 좀 됐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집 바로 앞에 있는 독서실을 끊고 인강을 들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혼자 공부했다.

학업에 방해될 것이 뻔한 친구들과의 연락을 피하고 싶어서 휴대폰도 없앴다.

(대학 생활 중인 친구들이 재수 공부에 도움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집-독서실만 왔다 갔다 하며 핸드폰도 없이 1년간 열심히 공부만 했다.(딱 한번.. 한여름에 절친들과 캐리비안베이 가서 하루 놀았던 것은 빼자)


목표도 당연히 있었다.

내가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다시 20살의 나처럼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나돌면 안 되니까.)


고등학교 때까지 살면서 그래도, 그나마, 가장 재미있던 게 무엇이었는지를 오랫동안 고민해 봤는데

그게 언어였다.


그런데 영어를 전공하고 싶진 않았다.

누구나 하는 영어라고 생각했고, 뭔가 해보지 않은 것 혹은 특별한 걸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3외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학과를 가기로 목표를 정해두고 공부했다.


그렇게 목표를 정해두고 나 혼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차순위 대학에 갈 수 있었다.


학과도 마음에 들었고,

22살에 신입생이 된 나는, 두 번째 신입생 생활을 (첫 번째와는 다르게) 아주 성실하게 했다.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고(물론.. 20살 때와 비교해서)

학교 공부는 가급적 제일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했으며, 교수님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학과 생활도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


다행히 전공 공부는 적성에 맞았고 재미를 느꼈다.

공부가 재미있고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으니까.

학점은 4.5만점에 4.3으로 졸업했다.

첫 적성 찾기는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방황할 수 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조금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 내가 그렇게 지냈던 경험이 있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와 다르게 살려고 할까?


아니, 나는 과거의 내가 그대로 좋다.

많이 치기 어린 시절이었고 분명 어리석은 행동도 많이 하고 잘못된 행동도 있었지만,

그 경험이 나를 망친 건 아니었기에.

나는 그 경험으로 분명 얻은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으로 살 것 같다.


다만, 공부를 조금 더 해서 대학을 한 번에 가겠지.


한 번씩 생각해 본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인지.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다행히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고 아직까지는 한 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적은 없었다.


나는 과거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된다.

미래의 내가 더 궁금하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로 돌아와서

무언갈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살아야지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