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는 착각이 있다.
내가 이 정도 하면 어느 정도 알아주겠지.
이렇게 했는데 모르겠어?
그걸 모를 수가 있나, 당연히 알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모른다.
어떨 때는 모르고 싶어서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알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말로 전해야 한다.
이건 내가 재입사 후
대표님과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하면서
비로소 깨달은 사실이었다.
힘들면 말하겠지
VS
말 안 해도 알아주겠지
사람들은 참 여러 이유로 힘들어한다.
어떤 사람은 업무가 너무 많아서.
또 어떤 사람은 업체 담당자가 너무 힘들게 해서.
또는 다른 직원 때문에.
또는 다른 팀의 상사 때문에, 등등등
심할 때는 퇴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급적 내 선에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대표님께 보고가 필요하거나
대표님의 컨펌이 필요한 일들도 있다.
그럴 땐 대표님과의 주간회의나 개별 면담자리에서 따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생각지 못한 답변을 들어 놀란 적이 있다.
그렇게 정 힘들면 나한테 언급을 하지 않을까?
나한텐 아무 말 없던데?
아직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괜찮은 걸 거야.
나한테는 거의 울분을 토하던 직원이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보였고 뭔가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그 직원은 내게만 이야기했다.
제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말 안 해도 알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가 대표님한테 어떻게 다이렉트로 이야기를 해요. 알아주시겠죠..
대표님은 모르고 싶고, 직원은 직접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저 알아주길 바란다.
참 답답할 노릇이다.
대표님 마음도, 그 직원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점점 큰 산을 보려고 일선에서 빠지는 대표님은 직원 하나하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결국엔 내가 알아주면 그만일까.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더 늘어났다.
나는 그냥 일반적인 업무보다 직원들 관리가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HR 근무자분들 존경합니다)
점점 어려지는 직원들은 그저 알아주기만을 바라고,
해결해 주기만을 바란다.
대안 없는 불평들, 뚜렷하게 원하는 것 없는 불만들.
나는 그 틈에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
직원들까지 면담하고 챙기느라 결국 야근이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전과 다른 의미로 지쳐갔다.
한국 사회에는 눈치라는 게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 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눈치만으로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냥 눈치가 정말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주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관심이 없어도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관심이 있어도 잘 모를 수도 있다.
나는 눈치가 없는 편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른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나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다.
심할 때는 뭐가 달라졌는지 알려줘도 잘 모른다.
잘 모르는데 그냥 그렇구나 한다.
내가 알아야 하는 게 있으면
알려주겠거니 한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거나
미리 알아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편이다.
아직까지는 살면서
아는 게 힘인 경우보다는 모르는 게 약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에너지를 정말 아끼는 사람들에게 쓰고 싶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조금 시니컬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회사에서는 그런 태도가 조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아하고 애정하는 동료와 선후배가 있을 테지만,
그래서 모두에게 그러지는 않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애정을 쏟으면 내가 힘들어진다.
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커진다.
그래서 나만의 기준을 정해두고
들어주고 흘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그냥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 그뿐일 수 있다.
꼭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정말 특정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란다면,
그 특정인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고, 누구도 그냥 알아주지는 않는다.
특히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건 좋지 않다.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말에는 힘이 있고, 말은 직접 전해야 제대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