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보는 사람들 속 나무들

by AZ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숲을 보려면 그 숲을 나와야 한다.

숲 안에서는 숲 전체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님도 그런 조언을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숲을 보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았다.


당연히 대표님은 일선의 업무에서 빠지셨다.



내가 다녔던 첫 번째 회사는 대표님과 함께 업무를 처리하고 일을 주고받던 회사였으나,

재입사한 회사는

이런저런 업무가 있고 이런저런 이슈가 있었다 라고 대표님께 보고하고 컨펌을 받는 그런 회사였다.


두 회사는 같은 회사였지만, 전혀 다른 회사였다는 건 이 부분이 가장 큰 이유였을까.


그런데 사실 그게 내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대표님과 일하고 있었고 직원들이 많아졌을 뿐이었으니까.


그때 회사에는 늘어난 직원이 어느 때보다 많았고,

직원들은 참 가지각색이었다.

총 4개의 팀으로 나뉘어있었고, 나 말고도 3명의 팀장이 더 있었다.


매주 월요일이면 대표님과 팀장들끼리 모여 주간회의를 진행했다.

진행하는 일에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다른 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일들, 그리고 모두가 알아야 하는 공지사항 같은 것들이 이때 거론되었다.


정기적으로는 월간회의를 통해 지난달을 리뷰하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팀장들은 대표님과 그래도 얼굴을 자주 마주했다. 그럼에도 모든 팀장들이 대표님을 가깝게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당연히 직원들이 대표님과 가까워지기는 더 어려웠다.

물론 회사가 커지면서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숲을 보려 하던 대표님은 숲 밖에 있었고,

직원들은 숲 안에서 고군분투했다.

우리 팀장들은 숲을 들락거리며 대표님께 안쪽 상황을 알리는 역할 정도를 했던 것 같다.


숲에서는 들락날락거리는 우리를 좋지 않게 보던 시선도 있었던 것 같고,

편 가르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본인도 숲을 들락거리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같이 숲을 오가는 사람 중에서도

조금 더 야망이 있어 숲 밖에 더 오래 있고 싶어 한 사람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숲 안에만 있고 싶어 한 사람도 있었다.


숲 속은 조용한 날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우리 팀은 가장 조용했던 것 같다.

다른 팀에 비해 시끄러운 일이 별로 없었던 것을 보면 이것도 내가 운이 좋았구나 싶다.

(물론 항상 조용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엔 팀 간의 불화가 주로 있었다.

두 개 팀이 서로 업무분담을 가지고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협업을 해야 하는데 팀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충돌하기도 했다.


팀장들끼리는 친했기 때문에 서로서로 잘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으나 팀원들끼리는 그런 팀장을 이해해주지 않기도 하고 조금도 손해 보기 싫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팀장들끼리도 사이가 틀어지면 화해시키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어느 드라마에서 볼 것 같은 일들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팀장을 맡으면서 새롭게 해야 하는 일중에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HR업무였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회사가 커지면서 HR팀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는 커졌지만 HR팀은 없었다.

급여나 세무 쪽을 담당하는 직원은 있었으나

그것도 전담하는 것은 아니었고, 인사나 ‘사람'을 다루지도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표님과 나 사이에 상사나 선배가 있기를 바랐다.


내가 팀원들을 챙겨주듯

나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숲 안에서는 나에게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이전에는 대표님과 과장님과 대리언니가 있었고,

내가 제일 막내였는데,

갑자기 내가 제일 선배가 되어있었다.


물론 시간이 그만큼 흐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 도움도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회사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대표님뿐이었지만,

대표님은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계셨다.

회사로 출근하지 않으시는 날도 많았기에

필요할 때 당장 찾아갈 수 없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또 하나였던 것 같다.


대표님께도 말씀드린 적은 있었다.

선배가 필요하다고, 회사에 나와 대표님 중간 직급의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중소기업은 승진이 빠른 편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이직도 많고, 우리 회사는 특히나 나이대가 점점 어려졌다.

경력직보다는 신입들 위주로 들어왔다.


경력직을 뽑아달라 호소했고, 대표님도 알겠다고 하셨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 경력직이라고 들어온 사람이

회사에서 조용히 열심히 일하던 신입 직원 하나를

공개적으로 괴롭혔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너무 노골적이고 이유 없는 괴롭힘이라 무섭기까지 했다)



회사에서는 많은 일들이 뜻대로 되질 않았다.

마지막에는 나 스스로가 너무 힘이 들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아마 대표님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진짜’ 퇴사라는 걸 할 때

그렇게 서운해하셨던 게 아닐까 하고 이해해 본다.


숲을 보려는 대표님도 처음이라 서툴렀고,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때는 나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돌이켜보면,

마음의 여유뿐만 아니라 많은 게 부족했던 시절이라서

시선이 많이 좁아졌던 것 같다.


앞으로는

한발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고

상황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