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동생이랑 집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라며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오셨다.
뭔가 맛있는 간식을 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아마 몇 호에 살고 있는지 정보도 그때 알려준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르는 사람이 어린아이들에게 다가가 먹을 것을 주며 어디 사는지 물어본다는 건 상당히 나쁜 설정이다.
그래도 운이 좋게도(?) 유괴 같은 심각한 나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교회 전도를 받았다.
아줌마랑 같이 교회에 가면 친구들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재밌게 놀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동생이랑 둘이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에 갔다.
말 그대로 재미있었다.
찬송가 부르는 게 노래를 부르는 거라 신났고
예배 후에 또래 친구들과 언니오빠들이랑 모여서
간식을 먹으며 하는 성경공부도 즐거웠다.
열심히 다니면서 달란트도 많이 모았었다.
한 번씩 바자회 같은 행사가 열리면
모아둔 달란트로 이것저것 사고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수 있었고 나는 그 모든 게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일요일 아침만 되면 아빠가 현관문 앞을 가로막고 서계셨던 것 같다.
아무도 못 나가게 하려는 듯이.
나랑 동생은 아빠라는 큰 벽을 뚫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교회를 갈 수 없었다.
우리 집은 딱히 종교가 있는 집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특정 종교를 싫어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종교를 묻는 칸에는 ‘무교’라고 적었었으니까.
그런데 아빠가 교회를 못 나가게 하다니.
그것도 처음부터가 아니라 중간에 갑자기?
하는 의문들이 있었지만 그땐 차마 묻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못 나가게 한다니 이제 못 가겠네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아빠랑 또 술 한잔 하다가 문득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가볍게 물어봤다.
아빠, 어릴 때 일요일마다 문 앞에 서서 우리 교회 못 가게 막았잖아. 왜 그런 거야?
아빠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어이없어하며 아빠는 내게 ‘너 기억 안 나?’라며 되묻고는 이내 이야기해 주셨다.
그때 당시 내가 동생과 싸워서 아빠가 우리를 앉혀놓고 혼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아빠에게 한참 혼나며 앉아 있던 내가
갑자기 아빠에게 대들었는데,
아빠가 뭔데 나한테 뭐라고 해? 아빠는 진짜 아빠도 아니잖아!
아빠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 내가 한 말은 더 어이가 없었는데..
내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다고 했어! 아빠는 그냥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지! 진짜 아빠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나는 아빠한테 자격을 운운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 당시에 너무 어려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와 “아빠”를 동일시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들으니 처음 성경 공부를 했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내가 헷갈려서 선생님께 물어봤던 것도.
그러니까 나는 아버지가 집에 계신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뭐냐고. 같은 거냐고.
선생님의 대답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아빠에게 그렇게 대들었다는 건
선생님이 내게 충분히 잘 설명해주지 못했거나
내가 전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어릴 때 받았던 종교 탄압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빠는 내게 그런 말을 들은 후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추궁하여
우리를 처음 전도했던 그 아주머니를 찾아내었고
지체하지 않고 그 집으로 달려가
다시는 애들 꼬드기지 말라며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오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일요일 아침마다 아빠는 현관문 앞을
장군처럼 지키고 서서 우리가 교회를 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서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어느 정도 커서 고2~고3 때 친구랑 교회를 다시 다녀보기도 했는데
그땐 딱히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확히 종교 탄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나를 붙잡아 주셨던 거였으니까.
오히려 아빠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는 정말 말 조심해야 한다는 걸
내 과거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느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