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역시 그러하다.
선천(先天)의 시대에 마고대성(麻姑大城)은, 실달성(實達城)의 위에, 허달성(虛達城)과 나란히 있었다. 처음에는 햇볕만이 따뜻하게 내려 쪼일 뿐, 눈에 보이는 물체라고는 없었다. 오직 8 여(呂)의 음(音)만이 하늘에서 들려 오니, 실달성과 허달성이, 모두 이 음에서 나왔으며, 마고대성과 마고도, 또한 이 음(音)에서 나왔다. 이것이 짐세(朕世)다. 짐세 이전에, 율려(律呂)가 몇 번 부활하여, 별들(星辰)이 출현하였다. 짐세가 몇 번 종말을 맞이 할 때, 마고가 궁희(穹姬)와 소희(巢姬)를 낳아, 두 딸로 하여금, 오음칠조(五音七調)와 음절(音節)을 맡아보게 하였다. 성중(城中)에 지유(地乳)가 처음으로 나오니, 궁희와 소희가, 또 네 천인(天人)과 네 천녀(天女)를 낳아, 지유를 먹여, 그들을 기르고, 네 천녀에게는 여(呂)를, 네 천인에게는 율(律)을 맡아보게 하였다. -부도지 제 1장 마고의 시대
“처음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세상이 열릴 때, 그 속에서 미묘한 울림이 일어났으니, 이는 형상이 있기 전의 소리요, 빛보다 먼저 퍼져나간 숨결이었다. 그 소리는 끝과 시작이 함께 있는 듯 이어졌고, 고요 속에서 파동이 되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만물은 이 울림을 따라 제자리를 얻었고,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하늘과 땅이 굳게 섰다.”
서구 전통에서 천지창조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구절로 시작합니다. 신의 의지와 언어가 혼돈을 가르고, 빛과 어둠, 땅과 하늘, 그리고 생명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이는 창조의 출발점을 ‘의미를 담은 명령’으로 규정하는 서사입니다. 하지만 부도지 제1장 ‘마고의 시대’는 조금 다릅니다.
부도지에서 세상은 먼저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 형체 없는 ‘소리’로 시작됩니다. 그 소리는 빛보다 먼저, 숨결처럼 번져나가며 사방으로 파동을 그립니다. 이 울림이 음과 양을 갈라내고, 사계절과 생명의 순환을 만들며, 마침내 하늘과 땅을 굳게 세웁니다. 창조는 명령이 아니라 ‘진동’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발상은 현대 물리학의 초끈이론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초끈이론은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를 점입자(point particle)가 아닌,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합니다. 끈의 진동 방식에 따라 전자, 광자, 쿼크 같은 입자가 태어나고, 결국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체까지 형성됩니다. 진동이 곧 존재의 근원이라는 것입니다. 부도지 속 창조의 울림은 마치 이 ‘우주적 끈의 진동’을 고대의 언어로 표현한 듯합니다.
서구의 창세기에서는 신의 의지와 말씀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부도지는 ‘파동과 진동’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근원에 놓습니다. 이는 현대 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우주의 작동 원리와 더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부도지의 마고 시대는 신화이면서도, 동시에 우주가 태어난 과정을 파동과 에너지의 언어로 기록한 ‘고대판 우주론’일지도 모릅니다.
부도지가 전하는 이 장면은 한민족의 우주 창조관이자, ‘소리’와 ‘진동’을 근원으로 보는 철학입니다. 이 울림은 단순한 청각적 소리가 아니라, 질서를 만들고 형태를 세우는 근본 파동입니다.
부도지가 말한 ‘형상이 있기 전의 소리’는, 물리학적으로는 입자가 존재하기 전의 순수한 파동 상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빛보다 먼저 퍼져나간 숨결은 빅뱅 직후의 양자 진동(quantum fluctuation)처럼, 에너지가 공간 전체로 번지며 시공간의 구조를 세운 순간을 연상시킵니다.
이렇게 보면,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현악기입니다. 은하와 별, 행성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마음까지—모두가 각자의 주파수로 울리는 현입니다. 우리의 감정, 생각, 말 한마디도 파동을 만들고, 그것은 다른 존재와 공명하며 세계를 변화시킵니다.
고대의 기록과 현대 물리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같습니다.
“모든 것은 진동에서 시작되었고, 진동으로 이어진다.”
물리학에서 끈이론(String Theory)은 우주의 모든 기본 입자를 ‘점’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 쿼크 같은 미시세계의 구성 요소가 사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초미세한 ‘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동하며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기타 줄의 진동 패턴에 따라 음이 달라지듯, 끈의 진동 패턴에 따라 입자의 성질이 정해집니다. 질량, 전하, 스핀—이 모든 것은 진동의 리듬과 주파수가 결정합니다.
우주는 정지해 있는 적이 없습니다. 행성은 별을 돌고, 은하는 은하를 돌며, 심지어 공간 자체도 팽창과 수축이라는 거대한 진동 속에서 살아갑니다. 물결이 해안을 밀어올리고 다시 밀려가듯, 우주의 모든 운동은 일종의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장 박동, 계절의 순환, 밤과 낮의 교차, 그리고 별의 탄생과 죽음까지—그 모든 것이 진동의 패턴 속에서 펼쳐집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으며 단 몇 초 만에 눈물이 고이거나 심장이 두근거린 경험은 단순히 멜로디가 아름다워서만은 아닙니다. 이는 음파의 주파수가 우리의 뇌파와 심장박동 리듬에 맞물려 공명(Resonance)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잔잔한 저주파의 음악은 뇌의 알파파(812Hz)와 맞아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빠르고 강렬한 비트의 고주파 음악은 베타파(1430Hz)를 자극해 각성과 흥분을 유도합니다. 소리는 단순한 청각 자극이 아니라, 우리 몸의 진동 체계와 직접 대화하는 언어입니다.
인간의 뇌는 감정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의 전기 진동을 만들어 냅니다. 깊은 무의식과 수면에는 델타파(0.54Hz)가 흐르고, 창의적 몰입과 명상 상태에는 세타파(48Hz)가 자리합니다. 휴식과 안정의 순간에는 알파파가, 집중과 긴장의 시간에는 베타파가, 그리고 고도의 인지·창의 활동 시에는 감마파(30Hz 이상)가 두뇌 속을 가득 메웁니다. 결국 마음의 상태란, 곧 뇌 속에서 연주되는 진동 패턴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장 역시 하나의 리듬 진동을 가진 악기입니다. 불안하면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 명상을 통해 호흡 주파수를 낮추면 심박은 서서히 안정됩니다. 이때 감정 또한 함께 가라앉는데, 이는 심장 리듬이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평온은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리듬이 하나의 파동에 맞춰지는 현상입니다.
이 진동의 힘은 한 사람을 넘어 집단 속에서도 드러납니다. 콘서트장에서 수천 명이 함께 노래하거나, 경기장에서 함성을 지를 때 느껴지는 묘한 전율—이는 단순한 흥분이 아니라, 호흡, 심장박동, 심지어 뇌파까지 서로 동기화되는 집단 공명의 결과입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파동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같습니다. 감정은 단순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뇌파·심박·호흡이 만들어내는 생리적 진동의 패턴입니다. 그리고 이 진동이 외부의 소리와 리듬, 그리고 에너지와 맞물릴 때, 마음은 움직이고, 우리는 서로의 울림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단순히 우주 속에 사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현악기’ 속에서 함께 연주되는 하나의 현(弦)입니다. 내가 웃을 때, 내가 슬플 때, 그 진동은 내 몸을 넘어, 내가 속한 관계와 환경, 나아가 세상에까지 파동처럼 퍼져갑니다. 마치 물에 던진 조약돌이 만드는 동심원의 파동처럼 말이죠.
혹시 오늘 하루, 당신의 진동은 어떤 주파수였나요?
우주의 첫 울림이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까지—우리는 끊임없이 울리고, 흔들리고, 공명하며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도, 오늘의 생각과 감정도, 그 우주의 주파수에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삶이 상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명상은 우주의 주파수에 맞추기 위한 수행과정이고 복본의 과정입니다.
“세상이 처음 열릴 때, 먼저 울림이 있었다.
그 울림이 사방으로 번져 나가 음과 양을 나누고,
사계절과 만물을 낳았다.”
-부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