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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진단?

FDA 승인 혈액 검사, 진단 패러다임을 바꾸다

by 누리

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진단한다

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한다는 기사는 오늘 올라온 아주 따끈한 내용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을 점차 잃고 사고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을 확정적으로 진단하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허리에 긴 바늘을 찔러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요추천자 검사, 다른 하나는 수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PET 뇌영상 검사입니다. 두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부담이 크고, 접근성 또한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명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불안 속에 생활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진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를 승인했습니다.


이번에 승인된 혈액 검사는 Lumipulse G pTau217/β‑Amyloid 1‑42 Plasma Ratio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기술입니다.


검사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단백질 덩어리가 특징적으로 쌓입니다. 이 혈액 검사는 두 가지 단백질, 즉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217)과 베타 아밀로이드 1‑42(β-amyloid 1‑42)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고, 그 비율을 분석해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존재 여부를 예측합니다. 쉽게 말해, 기존의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혈액 기반의 ‘바이오마커 진단’입니다.


왜 ‘게임 체인저’인가?

첫째,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기존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위해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한 첨단 영상 장비나 침습적 검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혈액 검사는 단순히 주사기로 혈액을 뽑아 분석하면 되므로 훨씬 간단하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둘째, 정확성이 높습니다.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검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있는지 없는지를 92%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실제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 결과와 상당히 일치하는 수준입니다.


셋째, 치료 접근성이 넓어집니다.
최근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예를 들어 **렉셈비(Leqembi)**나 키순라(Kisunla) 같은 약물은 질환 초기 단계에서만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혈액 검사는 환자들이 더 일찍 진단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습니다.


아직 한계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검사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FDA 승인은 55세 이상이면서 기억력 저하 같은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이 있는 사람에 한정됩니다. 또한 검사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여전히 일부 환자들은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를 병행해야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직까지는 치매 예방을 위한 일반 건강검진용 혈액 검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승인은 진단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Dr. Abhay R. Moghekar at JHU

존스홉킨스 연구진의 기여

이 혈액 검사의 개발 과정에는 존스홉킨스 의대 신경학과의 Abhay R. Moghekar 박사 연구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Moghekar 교수팀은 오랜 기간에 걸쳐 환자들의 혈액과 뇌척수액 샘플을 분석하면서, 혈액 내 pTau217과 β-amyloid 1-42 비율이 알츠하이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입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여러 연구 코호트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했고, 그 결과 검사법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실제로 이 검사는 임상적으로 기억력 저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약 92%의 양성예측도와 97%의 음성예측도를 기록했으며, 99%의 환자에서 기존 진단법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덕분에 FDA 승인을 위한 과학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의미

알츠하이머 진단을 어렵게 만들던 가장 큰 장벽은 검사 과정의 불편함과 비용이었습니다. 이제 혈액 검사로 문턱이 낮아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증상 초기 단계에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발전하면, 정기 건강검진에서 혈액 한 방울로 치매 위험을 확인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번 FDA 승인 혈액 검사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알츠하이머 진단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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