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늘어난 아동 우울증과 근감소증
어느 날 거울 앞에 섰을 때, 문득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바쁜 일상 속에서 체중이 줄었다는 사실은 종종 반가운 소식처럼 여겨집니다. ‘운동을 많이 했나 보다’, ‘식욕이 없었는데 살이 빠졌구나’ 하고 쉽게 넘기기도 합니다. 때로는 살이 빠졌다는 칭찬을 듣고 내심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체중 감소의 정체가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우리 몸은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할 때, 식사가 불규칙할 때, 활동량이 줄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근육입니다. 문제는 근육은 단지 '겉모습'의 일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근육은 우리가 살아 숨 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몸을 지탱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심지어 정신 건강과 면역력까지 좌우하는 생체 기관입니다.
이러한 근육의 소실, 즉 근감소증(sarcopenia)은 단순히 고령층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과 청년, 암 환자, 무중력 환경에 놓인 우주비행사, 그리고 오랜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등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근육이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운동 부족 때문만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항상 단백질을 합성하는 작용(동화작용)과 분해하는 작용(이화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특정 상황에서는 이 균형이 무너집니다.
우울한 감정 상태는 단순한 기분의 저하로 끝나지 않습니다. 뇌는 우울할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신체 대사가 전반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염증성 물질이 증가하면서 단백질 합성은 억제되고, 근육을 분해하는 기전이 활성화됩니다.
실제로 우울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체력이 약하고, 악력이 낮으며, 피로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합니다. 심지어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우울 증상이 심한 대학생들일수록 하체 근력과 골격근량이 낮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지칠 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입니다.
암 환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급격한 체중 감소와 근육 소실은 단순한 영양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암세포는 대사율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체내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모하고, 정상적인 근육조직까지 파괴하는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를 악액질(Cachexia)이라고 부르며, 항암 치료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우리의 뼈와 근육이 거의 사용되지 않게 됩니다. 지구에서는 평소 걸을 때도 중력에 맞서 근육이 작용하지만, 우주에서는 이러한 자극이 없어 근육이 빠르게 위축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장기 체류한 우주인들은 지상에 돌아왔을 때 3주 만에 근육의 20~30%를 잃은 상태로 귀환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존스홉킨스대학 BME 연구팀은 우주 환경에서 배양한 인공 근육조직이 빠르게 얇아지고 짧아졌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무중력이 근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는 노화와 매우 유사한 생리적 현상으로, 향후 지상에서도 질병 예측과 예방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2024년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는 한 명의 베테랑 우주인이 장기간 머물고 있었습니다. 바로 수니타 윌리엄스(Sunita Williams). 원래 계획된 9일짜리 임무는 여러 기술적 문제로 인해 50일 이상 지연되었고, 그녀는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 채 오랫동안 무중력 공간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몸은 놀라울 정도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체력은 빠르게 저하되었고, 근육과 뼈는 점차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우주여행을 낭만적인 탐험으로 상상하지만, 실제로 우주는 인간의 생리적 기능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극한의 환경입니다. 지구에서는 우리가 걷고, 서고, 숨 쉬는 모든 행위에 중력이라는 힘이 관여합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중력이 없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수니타 윌리엄스가 겪은 가장 큰 생리적 변화는 바로 근육량과 골밀도의 감소였습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근육과 뼈가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그것들을 빠르게 줄이기 시작합니다. 중력이 없으면 걷거나 일어설 때 힘을 쓸 필요도 없고, 체중 부하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매달 1~1.5%의 골밀도를 잃습니다. 이는 장기 체류 시 총 골밀도 10~2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육의 경우는 더 빠릅니다. 3~4주 만에 최대 30%, 몇 달이면 50% 이상의 근육량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ISS에서 6개월 이상 머문 우주인들은 지구로 돌아올 때 스스로 걷지 못하고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근력이 약화된 상태로 귀환하곤 합니다.
수니타 윌리엄스 역시 이 같은 신체적 소실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장기간 운동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육 감소와 골밀도 저하는 그녀의 몸에 깊이 각인되었으며, 지구로 돌아온 뒤에는 오랜 재활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우주에서의 근감소와 골소실은 단지 힘이 빠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만약 우주선 내 비상 탈출 상황이나 도킹 실패처럼 순간적인 민첩성과 체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근육이 약화된 상태라면, 우주인의 생명은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골밀도가 낮아지면 단순한 충격에도 척추압박골절, 대퇴골 골절과 같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지구로의 귀환이나 재활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게다가 이러한 생리적 변화는 시력 저하, 면역력 약화, 심혈관 기능 저하 등 다른 신체계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수니타 윌리엄스의 사례는 무중력 환경이 단순히 불편한 환경이 아닌, 전신 생리계의 복합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고위험 환경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NASA와 ESA(유럽우주국)는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운동입니다. 수니타 윌리엄스를 포함한 모든 장기 체류 우주인들은 매일 약 2시간 이상 고강도 운동을 수행합니다. 무중력 환경에서도 저항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ARED(Advanced Resistive Exercise Device), 트레드밀(COLBERT), 자전거 등의 장비를 이용해 근육과 뼈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근육 전기자극 장비(NMES)와 같은 재활 보조 기술도 실험되고 있으며, 단백질 및 칼슘 보충, 비타민 D 섭취, 그리고 골다공증 예방 약물(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우주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지상에서 병상에 오래 누워 있는 환자나 고령자, 그리고 근감소증을 겪는 청소년과 청년에게도 적용 가능한 기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니타 윌리엄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는가?” 단순히 우주비행사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운동을 멀리하고, 스트레스를 방치하며, 영양을 소홀히 하는 순간마다 조용히 근육과 뼈를 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지 우주 생리학적 실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명의 보고서입니다. 우리는 오늘 하루 걷고, 움직이고, 먹고, 숨 쉬는 그 모든 행동이 생존을 지키는 과학적 행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희망적인 사실은, 근육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처방은 바로 저항 운동(resistance training)입니다. 중량 운동이나 맨몸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단백질 합성 경로(mTOR)가 활성화되어 근육이 새롭게 생성됩니다.
또한 운동만큼 중요한 것은 영양 섭취입니다. 특히 단백질은 하루 체중 1kg당 1.2~1.5g 수준으로 섭취해야 하며, 오메가-3, 비타민 D,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도 병행하면 염증 완화와 근육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명상과 심호흡, 그리고 충분한 수면 역시 근육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율신경계가 안정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고, 면역 반응도 정돈되면서 몸과 마음 모두가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조용하지만 심각한 위기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증 급증입니다. 최근 보도(S. Korean child depression cases surge more than two-fold in 5 year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 아동·청소년의 우울증 진단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통계는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닌, 교육과 사회 전반에 걸쳐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로 읽힙니다.
연령별로 보면,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들 중 우울증 치료를 받은 비율은 2.9%로 나타났으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 수치입니다. 더 어린 연령대인 10세에서 14세 사이의 아동에서도 0.84%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비율 자체는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조용히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입시 중심의 경쟁 환경, 장시간 학습, 그리고 성적 위주의 평가 속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단순한 긴장을 넘어 불면, 불안, 무기력, 자기 비하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자해 또는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그 어떤 지표보다도 한국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경고음입니다.
우울증을 진단받는 아동들이 늘어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특히 소아청소년 정신과 외래 진료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드물게 여겨졌던 어린이 정신과 방문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고, 학교와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정성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경험한 경우, 성인기 우울증, 불안장애, 사회적 고립, 학업 중단, 낮은 자존감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그 장기적인 파장 또한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개입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정서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부모는 자녀와의 정서적 대화를 통해 미세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개입이 빠를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심리 상담, 정서 지원 프로그램, 예술·체육 기반 치유 활동을 확대하는 것도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성적과 대학 진학만을 중심으로 설계된 경쟁 환경은 결국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학습과 성장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를 포함해야 하며, 정서적 안정, 창의성, 관계 맺는 힘 또한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번 통계는 단순한 데이터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오래된 가치관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회적 자화상입니다. 이 경고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조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교육과 문화, 복지 시스템이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청소년과 청년기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성장하고 흔들리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먼저, 운동은 가장 강력한 해독제입니다. 규칙적인 움직임은 근육을 유지시킬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가벼운 산책, 맨몸 운동, 자전거 타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억눌린 감정은 언젠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하루 5분만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어보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연습을 해보세요. 때로는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습니다.
음식과 수면도 기본입니다. 단백질, 채소, 좋은 지방이 포함된 식사는 뇌와 근육의 연료가 되며, 하루 8시간의 수면은 정서 회복과 성장에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휴대폰을 멀리하고 일관된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몸과 마음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흔들립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들은 서로를 회복시키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나를 위한 선택을 해보세요. 작은 실천이, 여러분의 오늘을 지키고 내일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기와 청년기에야말로 근육을 돌보고 지켜야 하는 시기입니다. 단지 외모나 체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근육은 단순히 힘을 내기 위한 기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질병에 저항하며, 자신감을 되찾고,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기반입니다.
우울할수록 움직여야 합니다.
피곤할수록 잘 먹어야 합니다.
지쳤을수록 숨을 쉬어야 합니다.
이 단순한 명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 아닐까요? 오늘 하루 10분이라도 걸어보고, 단백질이 들어간 식사를 한 끼 챙기고, 잠시 눈을 감고 명상 호흡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몸이 살아날 때, 마음도 함께 회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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