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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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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이림 May 31. 2024

4월의 어느 날

엄마와 딸

"엄마가 요즘 잘 나가거든~ 또 서울에서 엄마를 찾네~"

우리 엄마는 제주도에서 꽤? 잘 나가는 강사이다. 최근 엄마가 서울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언니와 나, 동생은 그런 엄마를 보며 이제는 서울에서도 엄마를 찾는 강의가 생겼나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그러던 중 매번 엄마한테 뭐 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엄마가 서울이라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고, 이상함을 느낀 건 나뿐 아니었다.     


"요즘 엄마 서울에 너무 자주 가는 것 같지 않아?"

라고 운을 띄우자마자 동생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며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며칠 전 언니가 엄마의 핸드폰에서 산부인과 예약 완료 문자를 보았던 이야기까지 알게 되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한 달 전 엄마와 아빠가 함께 갔던 대구 여행이 떠올랐다. 500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걷는데 유독 숨이 차던 엄마 모습, 1박 2일 내내 옆구리가 아프다며 천천히 걷자던 엄마의 말이 귓가에 스쳤다.


"혹시 암은 아니겠지…?"

암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제주도에 있는 대학병원을 두고 서울에 올라갈 정도면 작은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사실 내가 아는 병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병은 암이었기 때문이다.

암만 아니길 바라며, 혹시 암은 아니겠지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언니와 동생은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라며 입 밖으로도 꺼내지 못하게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걱정이 많았고, 걱정이 해결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걱정이 해결되는 성격이었다. 우리 셋이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해결되는 건 없었기에 나는 아빠에게 살짝 전화를 걸어서 엄마한테 서울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빠도 알고 있었냐고 거짓말을 했다. 우리 아빠는 꽤 순수한 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거짓말에 속았고, 어떤 병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한 글자 병이 의심되어서 서울에 갔다고만 하였다. 아빠의 입에서 한 글자 병이라고 하자 암이 아닐까는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뚝뚝 떨어지는 내 눈물을 보며 동생은 한 글자 병이 암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엄마한테 들은 내용이 하나도 없으니 넘겨짚어서 울지 말라고 달래주었다.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자"

4월 16일 서울에서 엄마가 돌아왔다. 밥상 앞에서 엄마가 이야기하기를 기다리는 우리는 보고 엄마는 살짝 뜸 들이며 암이 맞다고 이야기했고, 수술하기 전에 검사하러 다녀왔다고 말해주었다. 응? 갑자기 수술이라고? 나는 엄마에게 언제 처음 병원에 간 거냐고, 어떻게 알게 된 거냐고 왜 우리에게는 비밀로 한 거냐고 쉴 틈 없이 물어보았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차분하게 언니 생일쯤에 알게 되었고, 우리가 너무 놀랄까 봐 암 확정진단을 받으면 말해주려고 했다고 하였다. 이날을 기준으로 언니 생일은 약 한 달 전이었고 한 달 동안 우리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힘들어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병원에서는 난소암 의심이지만 정확한 것은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고, 양쪽에 7~8cm 정도의 혹이 있으니 제거해야 할 것 같다고 전달받은 것 외에는 아무 정보가 없었지만, 그래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암 초기라고 생각하였고 수술 후에는 바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수술 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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