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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노력

by 김종현

긴 겨울이 지나고 주말 오전 따뜻한 날씨가 올 거란 예보에 오랜만에 모교인 단국대 도서관을 가봤다. 시험 기간 홀 로비서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던 대학도서관에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평소 흥미가 생긴 분야의 전문 서적을 찾아보던 사회과학 코너서 수년 전 내 호기심을 채워준 책들도 봤다.


여러 책들을 보던 중 우주과학과 관련된 책을 보게 됐다. 전문 과학인 우주과학 관련 서적이 왜 사회과학 코너에 있나 궁금해 책을 뒤적였다. 그 책엔 우주과학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를 정치·사회적으로 이용한 국가와 인물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흥미로웠다. 사실 사회과학과 역사에 있어 우주과학은 아직 그 비중이 미미하다. 대학 과목은 물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우주과학 관련 내용은 짧거나 없다시피 하다. 다른 과학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문 지식 등 심화 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완전한 전문지식 분야기 때문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2021년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주발사체 기술을 ‘국가과학기술력의 총 집결체’라 정의했다. 기계부터 전기, 전자, 기계, 화학, 광학, 신소재 등 과학 전반의 기술이 합쳐져야 완성될 수 있다며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고 평했다.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등 자국서 우주발사체를 통해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 선진국이 ‘철통같이 지키는 기술’이라며 모형 위성(더미 위성)을 우주 700km 고도에 올린 것만도 대단하다 칭찬했다.


2년여가 지난 2023년 우리나라는 마침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위성을 계산한 고도에 쏘아 올리며 11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이스 클럽은 자국 내에서 자력으로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을 제작·발사할 수 있는 나라를 이르는 관용적 표현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미국도 지금 우주과학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유럽 국가인 룩셈부르크도 우주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고로 룩셈부르크는 여의도 3배 면적의 영토를 보유한 작은 국가다. 바다와 인접한 영토도 없는 내륙국이다. 금융산업으로 경제부흥을 이뤘고 미래 국가 산업으로 우주과학을 낙점하며 관련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 많은 국가들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며 우주과학 경쟁력을 키우려 하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경제성과 국가 안보적 차원이다. 탐사선이나 우주비행사가 갖고 온 행성 광물은 지구 광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높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프시케의 경우 가치가 수천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우리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로 잘 알려진 프시케는 우주엔 감자 모양의 소행성으로 존재한다. 철, 니켈 등 금속 물질이 풍부하다. 전체 행성 중 금속의 부피 비중이 최대 60%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올 만큼 천문학적인 경제성을 가질 것이라 과학자들은 추측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월 수조 원의 돈을 투자해 화성 암석을 지구로 운반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운반을 위한 방안 두 가지를 발표했는데 스카이 크레인 활용과 민간 기술 활용이다. 두 방안 모두 조 단위 돈이 투입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스카이 크레인은 행성 대기권 진입 후 로켓을 켜 하강 속도를 늦춘 뒤 동체에 실었던 탐사차를 긴 줄에 매달아 행성 표면에 놓는 장비다. 이 경우 약 66~77억 달러가 소요된다. 한화 약 9조 5000억 원~11조 1000억 원의 돈이 투입된다. 그만큼 화성서 채취한 암석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주과학은 국가 안보 차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린 위성은 국가 통신뿐만 아니라 타국 군사 정보 수집 차원서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특정 국가에 적대적인 한 국가가 악의를 품고 위성을 파괴하거나 전파를 교란시키면 해당 국가는 일순간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는 혼란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방송,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는 위성 발사 외 군사 목적의 기밀 위성은 우리가 감히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게 많다. 지금 우리가 일하거나 집에서 저녁을 먹는 순간에도 수많은 국가는 적국이나 상대국 군사 기밀과 정보를 캐내기 위한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2018년 제2차 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유를 상세히 묻는 기자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북한 영변 외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비핵화 조치도 원했습니다. 우리가 해당 시설을 알고 있는 것에 북한 측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우리가 협상에 임하며 가진 지렛대가 있습니다. 북한도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내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이후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핵 시설’이 어딘지, 어떻게 그 정보를 알아냈는지 추측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건 미 위성이 북한을 촬영하며 알아냈단 것과 중앙정보국(CIA)이 정보를 수집했단 것이다.


특정 국가 간 협상서 지렛대로 사용하는 정보를 취득할 만큼 우주과학은 21세기 국가 안보에 있어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필수적 요소지만 이를 확보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수천 도에 달한 열을 뿜는 엔진 기술부터 불을 내뿜는 터보펌프를 깎아 모양을 내는 기술까지 전 과정을 습득해야 우주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후 국내 매체와 인터뷰에 나선 고정환 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러시아 기술자로부터 기술을 배웠을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러시아 기술자와 회의할 때도 보안요원이 모든 대화를 다 받아적었다. 러시아 1단 로켓엔진이 보관된 조립동엔 접근도 못하게 했다. 저녁에 좋은 일이 있을 때 러시아 기술자들을 초대해 고기 굽고 소주 한잔 하며 친해졌다. 이때 궁금한 걸 물어보면 가르쳐줬다. 이 과정서 적지 않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누리호 터보펌프 개발에 공헌한 김진한 터보펌프개발팀장은 터보펌프 자료를 찾기 위해 해외 학회를 전전했다. 미국 학회에 갔다가 터보펌프 핵심인 터빈 로터를 발견하고 학회 관계자에게 가공 방법을 물어봤지만 구체적 답변을 얻지 못했다. 미 현지까지 날아가 직접 만나 물어봤음에도 국가 기밀 사안이란 이유로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 것이다.


여러 난관을 헤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나라는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원하는 일시에 위성을 지구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국가가 됐다. 그러나 그 이면엔 수많은 과학자와 노동자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타국에 뒤처지지 않는 정보력과 경제력을 기르기 위해 엄청난 희생이란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우주과학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인류라는 존재를 우주에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기술인 우주과학은 당장 우리 눈에 성과가 보이진 않지만 반드시 우리 미래에 엄청난 선물을 가져다줄 기술임엔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미래엔 미국처럼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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