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식 자리에서 살아남기

by 마르스

연말은 늘 정신이 없다.


임원승진, 조직개편, 사업계획 같이 몰리는 일들도 있지만 어쩌면 나를 더 힘들게 하는건 연말 송년 회식모임들이다. 팀 송년회, 본부 송년회, 리더 송년회 등 각종 회식들은 어쩜 그리 많고 가족모임, 친구모임, 동기모임 등이 더해지면 정말 연말을 위해 체력을 단련해야만 할 것 같다.


올해 내가 스스로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습관은 매일 최소 30분 러닝을 하는건데 기초체력이 없는 내가 그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연말,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다.


신입때는 다들 힘들고 싫어하는 회식을 돈쓰면서 왜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이가 먹고 김부장같은 처지가 되어버린 지금은 그런 회식마저 업무라며 여전히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회식을 즐기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연말 모임들에서 내가 이전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건 올해 우리팀 실적을 누군가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어필할까 같은 것들이다. 임원 옆에 어느 타이밍에 가서 어떤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지금 여기 처음부터 앉으면 너무 눈치없는 행동은 아닐지, 이런 생각들이 많아졌다.


어제는 팀원들이 "팀장님 빨리 저기 대표님 옆에 가서 앉으세요." 라는 얘기까지 했다. 나도 너희들과 편하게 먹고싶어라고 했지만 옆 팀 팀장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자 '내가 먼저갈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부장님들 술잔이 비지 않게 잘 채워드리고 고기를 잘 굽는게 신입사원의 자세였다면, 이제는 함께 술을 마시는 대상이 대표님이나 본부장, 실장들이 되어 버렸다. 그 시간에 업무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우리팀 또는 나라는 브랜드를 만드는시간으로 회식을 활용하게 된다. 팀장 나부랭이인 나조차도 그런데 대표님은 매일매일이 그런 자리의 연속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제는 정말 회식자리에서의 모습도 능력이고 업무가 되어간 것 같다.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인 얼굴로 출근하는건 말할 것도 없고. 그럼에도 회사생활, 회식자리 요령은 여전히 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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