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멍가게 슈퍼에서

by 마르스

며칠전 밤이었던가. 갑자기 출출해 팬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었다.


어딘가 있을법도 한데 아무리 찾아도 팬케이크 가루가 없기에 집 앞의 슈퍼마켓에 들러 팬케이크 가루를 사려고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는 조그맣고 오래된 하지만 친근한 슈퍼마켓이 있는데, 나이 많으신 아주머니와 아저씨 부부가 함께 운영을 하신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웠기에 내가 이곳에 이사를 오고 5년 동안 소소한 물건들을 사기에 그만한 곳이 없었다.


한눈에 훤히 보이는 오래된 슈퍼마켓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과자류였다. 그리고 매일 먹는 채소, 우유같은 것들이 다음 순서이다. 내가 찾는 팬케이크는 가장 구석의 먼지쌓인 조미료나 밀가루 같은 것들이 있는 칸에 있었을 텐데 아무리 찾아도 팬케이크 가루는 없었다.


한참을 찾아보다 그곳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마아가린과 인스턴트스프 아래 가장 밑칸에 한두개 겨우 구색을 맞춰 채워둔 맛소금, 미원, 전분 같은 가루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재고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수량으로 그나마도 유통기한을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인 것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눈에도 띄이지 않았을 그것들에 나는 그날따라 눈이 갔다. 그냥 왜인지 약간 처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장으로나마 그 모습을 기억하고 남겨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무도 관심도 없고 찾지도 않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참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또는 사람)을 찾아보고 관심을 주고, 눈에 담아 두는 일은- 어쩌면 우연을 동반한 우리의 운명 같은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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