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 Feb 18. 2022

'주말에 쉰다'가 두 가지 의미로 갈린다고?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 주말 나기

 주말이 되면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의견을 등에 업고 삐걱대는 시소를 탄다. 그 의견은 '주말에 쉰다'라는 말에서 비롯된다. '쉬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쉬다

동사

1.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2. 잠을 자다.

3. 잠시 머무르다.

4. 물체나 물질 따위가 움직임을 멈추다.

*출처-표준국어대사전



 주말 아침, 나는 해가 한창 오르고 있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린다. 늦게 일어하면 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라고. 그래서 아깝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어머니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아침 뭐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시 생각한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그때부터 의견 충돌이 시작된다.


 주말에 집에서 쉬어야지 밖에 왜 나가? vs 주말에 바깥바람도 좀 쐬고 그래야지 왜 집에만 있어?


이제 두 입장을 천천히 풀어보겠다.




주말에 집에서 쉬어야지 밖에 왜 나가?(집순이)

 평일에 치열하게 일을 했으니 주말에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쉬고 싶다. 씻는 것도 귀찮다. 어차피 집에만 있을 건데 뭐 어떤가. 주말이니까 알람도 꺼두고 잠부터 푹 잔다. 내 몸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쯤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아니면 그냥 끌리는 대로. 밥 먹고 바로 눕는 건 좋지 않다고 하니 조금만 앉아 있어야겠다. 시간이 지나면 스르륵 허리부터 내려가서는 옆으로 누워 머리를 팔로 받친다. 그마저도 오래 못 가 아예 눕는다. 역시 눕는 게 최고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오후가 되니 노곤노곤 잠이 온다. 주말에만 허락되는 낮잠은 달콤함 그 자체다. 뜨끈한 바닥에 축 늘어져 자면 천국이 따로 없다. 해가 기울어 갈 때쯤 일어나 정신을 좀 차리고, 슬슬 저녁 먹을 준비를 한다. 퇴근 후 옷만 갈아입고 헐레벌떡 앉아 숟가락을 들 때보다 훨씬 여유롭다. 그래서 그런지 밥맛도 좋다. 후식으로 맛있는 제철과일을 즐기면서 주말 저녁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낮잠을 잤는데도 늘 자던 시간이 다가오자 슬슬 눈이 감긴다. 오늘 하루 참 잘 쉬었다.


 어머니가 바라는 주말 일상이다. 집에만 있는 게 쉬는 거지, 굳이 쉬는 날에 밖에 왜 나가냐는 게 어머니 생각이다. 밖에 나가는 건 노는 거지 쉬는 게 아니라며. 평일에 바쁘게 살았으니 주말에는 철저한 빈둥거림을 누린다. 몸의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말에 바깥바람도 좀 쐬고 그래야지 왜 집에만 있어?(바깥순이)

 일에 치여 쳇바퀴 돌듯 지루한 평일을 보냈으니 주말에는 잠시 벗어나야겠다. 마침 날씨가 딱 좋다. 어서 밖으로 나가 파란 하늘 아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씻는 건 조금 귀찮긴 해도 씻고 나서의 그 상쾌한 기분을 떠올리며 욕실로 향한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옷도 내 마음대로, 일할 때보다 편한 차림으로 입는다. 날이 좋으니 조금 걷다가 경치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 딱이겠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훈훈한 집 공기와는 다른 서늘한 공기가 나를 안는다. 그래도 바깥공기를 마시니 코가 뻥 뚫릴 만큼 좋다. 출근할 때처럼 급하게 걷지 않아도 된다. 오늘만큼은 나만의 속도를 즐겨도 된다. 내가 행복해서 그런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도 행복해 보인다. 이 맑은 날에, 주말에만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즐기러 나온 것 같다. 바람이 연주하는 나뭇가지 소리를 들으며 전부터 가고 싶었던 카페로 향한다. 와, 실제로 와보니 경치가 더욱 좋다. 빽빽하게 들어찬 높은 빌딩만 보다가 한적한 경치를 보니 눈이 편안하다.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아, 이게 행복이지. 그냥 가긴 아쉬우니까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내가 바라는 주말 일상이다. 집에서만 하루를 보내는 건 시간 아깝다. 그렇다고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자는 건 아니다. 바깥바람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자는 것이다. 마음의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등에 업은 의견을 걷고 나면 우리의 시소는 수평이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전자가 '쉬다'의 본질에 더 충실한 것은 맞다. 하지만 쉼으로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느 쪽이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추구한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재충전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일이나 공부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누리는 것이 재충전일 수도 있다. 그 누구도 서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씻고 나가는 건 귀찮지만 가끔 콧바람은 쐴 수 있지 하는 엄마.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 좀이 쑤시지만 언제 이렇게 뒹굴거려보겠나 싶은 나.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의견을 안 후로 조금씩 배려하며 맞춰가고 있다. 서로 의견을 존중(?)하며 조금 더 새로워진 하루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 빵집 딸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