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붙잡았던 한 문장들
언제부터였을까.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무 기억도 남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아침부터 밤까지 바빴는데
돌아보면
“오늘 뭐 했지?”
싶은 날들.
회사에 다녀오고
아이들 챙기고
집안일하고
또 잠들고.
열심히 살고 있는 건 맞는데
어딘가
내 하루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냥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사람 같았다.
엄마 역할,
직장인 역할,
아내 역할.
그 사이에
‘나’는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주 사소하게
한 줄을 적어봤다.
오늘 아이가 많이 웃었다.
오늘 괜히 마음이 힘들었다.
오늘 출근길 하늘이 예뻤다.
별것 아닌 말들.
누가 보면
일기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문장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한 줄이
나를 붙잡아 줬다.
‘아, 나 오늘 이런 하루였구나.’
그제야
하루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남는 느낌이었다.
기록을 시작하고 나서
조금씩 달라졌다.
힘들었던 날도
글로 쓰면
“아, 그럴 만했네.” 하고
나를 이해하게 됐고,
잘한 날은
“그래도 꽤 괜찮았네.” 하고
나를 칭찬하게 됐다.
누가 해주는 위로보다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기록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그냥
“오늘도 버텼다.”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틈틈이 적는다.
육퇴 후 거실에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잠들기 직전 침대 위에서.
아주 짧게.
아주 솔직하게.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엄마로만 남지 않고
직장인으로만 남지 않고
‘나’로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어쩌면
이 글들도 다 같은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먼저
나를 살리기 위한 기록.
오늘도
이렇게 몇 줄을 남긴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도
잘 버텨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