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퇴 후, 아무도 모르는 나의 30분

워킹맘의 이중생활

by 라떼언니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조금 전까지
물 달라는 소리,
엄마 찾는 소리,
웃음소리로 가득했는데

불이 꺼진 방 문을 닫고 나오면
세상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다.


설거지를 대충 끝내고
거실 불을 하나만 켠다.


그때부터가
하루의 진짜 끝 같다.


소파에 앉으면
그제야 숨이 나온다.


“아…”


나도 모르게
한숨 같은 숨.


오늘도 버텼구나,
싶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다시 엄마로 출근하고
누군가를 계속 챙기다 보니


하루 종일
‘나’라는 사람은
잠깐씩 미뤄져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좋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엄마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고
그냥 나.


핸드폰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가끔은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짧게 글을 쓰기도 한다.


잘한 건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정리된다.


‘그래도 오늘 괜찮았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그렇게 말해주는 시간.


예전에는
이 시간이 사치 같았다.

‘차라리 더 자야지.’
‘집안일 더 해야지.’

그렇게 또 나를 뒤로 미뤘다.


그런데
나를 돌보지 않으면
다음 날 웃을 힘도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조금 쉬어야
다시 사랑할 수 있으니까.


오늘도
조용한 거실 한가운데 앉아
아무 말 없이
나를 다독인다.


수고했어.

이 시간 덕분에
내일도 또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밤의 기록.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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