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회사에 도착하면
나는 조금 달라진다.
가방에서 립밤 대신
노트와 펜을 꺼내고
아이 사진 대신
오늘 할 일 목록을 먼저 펼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엄마’는 잠시 접어두고
‘직장인’이 된다.
누가 시킨 적은 없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회사에서는
엄마라는 말을 잘 꺼내지 않는다.
괜히
“애 때문에 일찍 가야 해요”
“아이 아파서 병원 다녀왔어요”
이런 말을 자주 하면
내가 덜 성실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번의 출산과 육아휴직, 복직을 하면서
눈치라는 게
이상하게 몸에 먼저 배었다.
회의 시간엔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려 하고
업무는 더 빨리 처리하려 하고
괜히 더 많이 웃는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아마
엄마라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여행 이야기, 취미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잠깐 말을 멈춘다.
내 하루는
어린이집, 병원, 장보기, 빨래 같은 것들인데.
이야기할 게 없어서
그냥 듣고 웃는다.
가끔은
회사에서의 내가
조금 낯설기도 하다.
분명 나인데
절반만 꺼내 놓은 느낌.
엄마인 나도 나고
직장인인 나도 난데
왜 자꾸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것 같을까.
퇴근 시간 10분 전,
일을 빨리 마무리해야 된다는 생각에
괜히 더 마음이 바빠진다.
‘오늘은 얼른 집에 가서 저녁해야지.’
컴퓨터를 끄면서
그제야 다시
엄마가 된다.
다행히 남편이 아이들 하원을 맡아줘서
집으로 바로 퇴근해도 되는 게 감사하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이 나를 보자마자
소리친다.
“엄마!”
그 한마디에
회사에서의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는 애써 숨겼던 이름인데
집에서는
그 이름이 제일 좋다.
엄마.
아직도
어떤 모습이 더 ‘나’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낮에는 직장인으로,
저녁에는 엄마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워킹맘의 마음을
조용히 기록하는 공간.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