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글이 멈춘 자리에서: '멍' 때리는 중

by GOLDRAGON

예전에는 글이 문득문득 찾아왔다.
운전 중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가, 이른 아침 인터넷 기사를 넘기다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그에 따라 미묘하게 흔들리는 감정선들이
자연스럽게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일상은 곧 글감이 되었고, 생각은 큰 힘 들이지 않아도 문장이 되었다.


요즘은 조금 다르다.
여러 가지로 준비 중인 일들이 겹쳐 있고,
눈앞에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해결하고, 도전해야 할 상황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런 조금은 압박감 있는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오히려 모처럼 찾아오는 멍한 순간들은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잡념을 지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느껴지는 것 자체가 없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할 이야기는 많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지역 사회에서는 서로가 정치인들을 자처하며
한 자리를 얻기 위해 연출되는 '정치 쇼' 같은 장면들을
풍자적으로 풀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외의 사건과 사고, 연일 쏟아지는 각종 이슈들만 엮어도
한 편의 글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다.
나는 지금 글을 쓰기 싫은 걸까.
아니면 그런 이야기들을 굳이 다루고 싶지 않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무뎌진 걸까.
머릿속을 비우고 싶은 것인지, 코앞의 준비 중인 일들이 벅차
다른 것들에 마음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유는 단순할지도 모른다.
준비 중인 일들로 인하여 몸이 피곤해서, 요즘 부쩍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입춘은 이미 지났고, 이제 꽃이 피는 춘삼월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도 다시 새로워지고, 무언가를 피워 올릴 수 있는 시간들이 올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억지로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으려 한다.
강제로 꺼내 쓰지 않기로 한다.
시간에 맡기고, 생각이 머리를, 머리가 본능을 따라가게 두려 한다.

입춘은 지났고, 춘삼월은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나도 그 계절 어딘가에
잠시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