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눈물겹다

금배지 달고 싶어? 한 가지만 기억해!

by GOLDRAGON

지방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방송매체에서 보도되는 기성 정치인들, 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누군가는 출사표를 던진다. 무엇인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큰 뜻을 품겠다며 정치라는 바다에 뛰어든다.


나 역시 한때. 아니,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인지 모를 그런 열정을 품어 본 적이 있기에 정치라는 생존의 판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구조, 그리고 그 안의 인물들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행보는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준비해 온 이들도 있고, 누군가의 동아줄을 타고 올라온 이들도 있으며, 진정으로 지역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출마를 결심한 이들도 있다. 이유와 배경은 각양각색이다.

익숙하고 예상했던 내가 알고 있는 인물들부터 깜짝 등판하는 의외의 인물까지. 벌써부터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 새벽같이부터 늦은 퇴근 시간까지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들도 보인다. 내가 속한 지역사회의 단체나 모임에도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단체만큼, 모임만큼 좋은 홍보 수단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모습이 썩 달가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뭐, 내가 그 상황이라도 달랐을까 싶다만...

이렇게 갑작스레 글을 쓰는 이유는 궁금해서이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꽤 명확했었던 것 같다. 기초의원이 되어 계속 방치되는 내 마을의 구멍 난 아스팔트와 인도의 파인 곳을 메우고, 신호등이 필요한 곳에는 하나 더 설치하고 싶었다. 필요한 곳에 횡단보도 한 줄 더긋고, 비합리적인 해묵은 조례들을 조금씩이라도 고치고도 싶었다.

내 아이와 미래세대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었다.

아, 그리고 다른 이유도 갑작스레 생겼었다.

나의 포부를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나 역시 함께 웃었다. 나도 우스웠으니까. 내가 정치라니. 말리고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네 주제에 무슨..."
"왜 그 똥물에 들어가려 하느냐..."

저마다의 이유로 나를 말렸다.

나 역시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정말 그런가 하고. 그런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속에서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오기도 생겼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당당히 선출되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일, 그 직업은 내가 원한다고 지원할 수 있는 회사 같은 곳이 아니었다. 많은 이해관계와 지역의 실세들? 그들에게 눈밖에 나면 시작부터 싹이 잘리는 구조였다. 기존의 기득권 체제를 뚫고 비집고 들어간다는 것 또한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지 않는 이상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준비 없이 의욕만으로 성급하게 접근했었던 나는 결국 그러한 다양하게 얽힌 구조 속에서 밀려났다.


선거철에 접어들며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문득 나의 과거가 떠올라 오랜만에 몇 자 끄적여 본다.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진중하라.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지겠지만, 진득하게 걸어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주민들은 당신들이 나서서 떠들지 않아도 생각보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당신들은 그저 하고자 하는 계획과 목표를 차분하게 알리면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지역사회의 최일선에서 주민들을 매일같이 접하고 있다.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놀랄 정도로 생각보다 참 많은 부분을 알고 계심을 느낀다. 지역의 민심을 어느 정도는 가늠하게 된다.

한 가지만 잊지 말기를 바란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것을.

지금의 그대들은,
참으로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