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력에 대해, 내가 쓴 글이 눈에 선해야 한다.
전편 알맹이의 중요성에서 말했듯이, 인간이 쓰는 언어, 그중에서도 글쓰기는 인간의 표현 방법 중에 굉장히 하위 단위에 속한다.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소통방식이다. 옛날 선사시대 언어, 글이 없었을 때는 소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물론 그때보다야 많이 편리해졌고, 구체적으로 진화되어 왔지만 여전히 글이라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가령 내가 어떤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 보자. 꿈은 늘 모호하고, 애매하고, 굉장히 주관적이다. 이것을 언어, 즉 글로 표현한다면 과연 얼마나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어떠한 것을 다른 이에게 똑같이 구현시키기에는 글은 굉장한 비효율성을 띤다. 엄청나게 많은 단어를 소비해야 하고, 심지어 세상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딱 맞는 단어가 없을 확률도 많다. 언어가 한글에서 영어, 스페인어, 혹은 다른 나라 언어로 표현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정서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따라 언어도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정확한 뜻으로 서로 치환되는 단어가 다른 언어에서는 없을 수도 있다.
글의 본질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누군가에서 알려주기 위함이다. 전달성이 좋아야 한다. 그것이 정보가 되었든, 이해가 되었든, 상상이 되었든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것을 상대방도 최대한 똑같이 전달이 되어야 그때서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많지 않다. 심지어 독자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니 글이 어느 한 수준으로 고정되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현저히 떨어진다. 내 머릿속에 차라리 사진기가 있거나 영상기가 있어서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다면 오히려 글보다 쉬울 것이며, 상위 전달 방법인 텔레파시 같은 감각으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내가 느낀 것을 독자도 높은 싱크로율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글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언어 안에서 그 사용범위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달력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표현법이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해야 한다. 마치 내 머릿속에 할 이야기를 영상기로 틀어주듯이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읽으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져야 좋은 글이다.
앞서 말했던 은유는 글의 기본적 표현 방식이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고 싶어서 은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이 은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된다는 것도 과히 과장은 아니다. 두 번째로 언급했던,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 나갈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항상 늘 똑같이 반복되고, 너무나 당연시되는 것들의 새로운 발상이 필요했다. 이제 세 번째로는 표현력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글을 옆사람에게 영상을 틀어주듯 하는 글 쓰기를 해야 한다. 물 흘러가듯, 영상을 틀어주듯 쓰는 글 쓰기는 아주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표현력을 높이는 방법은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상상을 많이 하고, 표현력이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서 그것을 따라 하면서 연습하는 방법뿐이다.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도 굉장히 다양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글쓰기를 잘하려면,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보면, "여름날 비 오는 장면"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이렇다.
1. 오늘은 비가 내렸다. 서점에 가는 길이었다. 하늘이 심상치 않다 싶어서 우비를 꺼내 입었다. 이내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결국 소나기로 바뀌었다.
2. 오늘은 비가 내렸다. 서점에 가고 있었다. 홍대에서 망원동으로 넘어가는 골목길 도로 옆 좁은 인도로 걷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잿빛의 무거운 구름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도시는 금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시계는 아직 오후 5시였지만, 도로 위 라이트를 하나 둘 켜는 자동차들의 모습이 보였다. 더운 공기 중에 섞인 무겁고 꿉꿉한 습기로 숨이 턱 막혔다.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하늘이었다. 가방 속 우비를 꺼내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방에서 우비를 꺼내 탁탁 털고 팔을 넣었다. 비닐 우비에 한쪽 팔을 넣자마자 습기와 땀으로 범벅된 팔에 쩍 늘러 붙어 잘 들어가질 않는다. 신경질 적으로 한쪽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반팔 티셔츠 위로 맨살에 닿은 우비가 굉장히 찝찝했다. 투명했던 우비는 습기가 꽉 들어차 불투명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짜증이 확 올라왔다. 그때 하늘에서 번쩍이며 번개가 일었다.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곧 뭔가 쏟아질 것이 틀림없었다. 가는 길을 재촉했지만, 이내 툭. 머리에 한 방울 떨어졌다. 비다. 아스팔트 위에 동전 크기의 진한 물방울 자국들이 간헐적으로, 그러나 묵직한 간격을 두고 생겨나기 시작했다. 머리로, 팔로 후드득 떨어졌다. 우비가 덜 가려진 볼에 물방울 떨어졌다. 곧 속눈썹 안으로 빗방울이 튀어 들어갔다. 앗 차가워. 가로수 사이로 특유의 눅눅한 흙냄새와 풀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왔다. 쏴- 온몸을 뒤덮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온몸을 타고 흘렀다. 빗방울의 묵직한 따가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서점으로 뛰기 시작했다. 장화를 신은 발로 금세 생긴 물 웅덩이를 빠르게 밟아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1번은 사건에 대해 썼고 2번으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았다. 사실 더 구체적으로 쓸려면 더 길게도 풀어쓸 수 있다. 영상으로 그려질 만큼 자세 하게 써졌는지 잘 모르겠으나. 1번보다는 확실히 2번이 상상하기가 쉽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상황,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있어서 최대한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그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묘사를 하는 표현력은 사람마다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길게 더 자세하게 표현하다 보면, 언젠가는 짧은 문장으로도 디테일한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글을 영상화시켜야 하지, 영상처럼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영상을 먼저 틀어놓고 그것을 글로 옮기게 되면, 오히려 구체적인 묘사는 빠트릴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이미 그려져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건너 띄어 버려도 잘 모른다. 그 미세한 차이를 잘 구분해야 한다. 글을 써서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이미 생긴 이미지를 글로 쓰는 것은 미묘한 차이를 가진다. 이미 영상을 만들어 놓고 글을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 내 머릿속에는 너무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이 생각보다 엄청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영상은 글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다. 이미지, 즉 영상이 글보다 상위 버전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 아래 단위로 표현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굉장히 표현이 단순화될 가능성이 크다. 영상은 보여주는 기술을 쓰고, 글은 상상하는 기술을 써야한다. 그것이 본질의 차이 이다. 만약 영화의 시놉시스를 쓴다거나 광고에 들어갈 카피 처럼 애초에 영상으로 만들 글을 쓰는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글을 영상화 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글로서 영상, 이미지를 구체화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설명하고자 하는 흐름을 따라 쓰면 더 쉬워진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혹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묘사하게 되면 더욱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글은 결국에 표현력에서 변별력이 나온다. 표현력이 곧 작가의 분위기, 정체성의 차이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