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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nie Dec 06. 2023

인생 최고의 여행지

진정한 여행을 하는 그 날까지

외항사 승무원으로 생활하며 정말 많으면 짧은 비행을 포함해 일주일에도 3-4개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렇게 세계 각지를 방문해볼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심지어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도 서로 자주 주고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비행 중 서비스가 끝나고 매 비행마다 처음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은데, 다음 비행 어디야? 이전 비행 어디 다녀왔어?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야? 등 비행과 관련된 질문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국가가 없다. 아직 비행을 1년도 채 하지 않은 비교적 짧은 기간 때문일까. 그래도 많이들 여행으로 방문하는 유럽 국가들 혹은 발리와 몰디브 같은 휴양지도 가본 것 같은데.. 매번 비행으로 방문한 국가에 체류하는 시간동안 '좋다'고 느끼지만, 한정적인 시간 내에서 해외국가에 체류 중 다음 비행을 위한 재충전을 하며 즐기기까지 하기란 쉽지가 않다. 


여행으로 간 것이 아니라 최고의 여행지라고 생각할 만큼 충분히 누리지 못해서 그런걸까. 세계 이곳저곳을 방문하며 매달 새로운 로스터를 받아 색다른 일상을 보내는 승무원들을 부러워하는 주변인들은 당연히 직업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최고의 여행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인지 실상은 다르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여행지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승무원은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업으로 인해 많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여행다운 여행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여행은 그만한 시간을 확보해 떠나는 여정을 직접 꾸려나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이며, 시간과 돈을 투자해 가장 가고 싶은 사람과 마련한 경험이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여기며 갈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단 한번의 여행을 떠났을지라도 그 곳을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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