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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nie Dec 07. 2023

한 외국인의 진심

진심은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한 외국인 크루한테서 고백 아닌 고백을 받았다. 


그는 바로 내가 첫 번째 비행을 할 때 함께 했던 비즈니스 크루. 


그날 비행의 행선지는 스페인 마드리드였고, 마음이 잘 맞는 크루들 덕분에 함께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요즘은 혼자 나갈 때도 많고 우르르 몰려 잘 나가지 않는 편인데, 좋은 크루들 덕에 첫 비행의 기억이 아주 좋고 아련하게 남아있다.


비행을 몇 달 한 이제 와서야 그 기억과 추억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그 친구가 나에게 옷차림에 대한 가벼운 칭찬을 한 게 기억난다.

함께 차를 한 잔 하고 싶어 했지만 그 당시에도 지금에도 나는 업무로 인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피곤함을 느낀다. 


단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 자체에 부담이 있었던 나는 어물쩍 그 제안을 거절하게 됐고, 베이스로 돌아오는 비행에서도 첫 비행이라 우왕좌왕하고 있던 나를 이코노미까지 와서 많이 도와줬던 그 친구. 


첫 비행에 대한 기억을 좋게 남겨줘서 고맙다는 감정을 끝으로 그 이상의 감정은 들지 않았고 그렇게 감사함의 메시지를 남기고 끝이 났다. 그 이후 몇 개월간 종종 연락이 오고 안부를 전하던 친구와 가끔 아주 짧은 대화를 나눴고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나고, 우연찮게 인천으로 가는 비행을 같이 오퍼레이팅 하게 되었다. 심지어 그 친구의 로스터가 바뀌면서 같은 비행을 가게 되어 crew set을 보고 난 너무 놀랐다. 서로 반가우면서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로 잘 지냈냐는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서비스가 끝나고 비즈니스에서부터 이것저것 간식과 커피를 챙겨 가장 끝에 있는 갤리까지 와서 챙겨온 것들을 전해줬다. 모든 크루들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보았지만, 난 그저 첫번째 비행을 함께 한 고마운 친구라고 답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비행을 하게 된다. 


그 친구와 내가 모두 두번째 레스트를 받게 되어, 다른 크루들이 쉬고 있는 시간에 잠시 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오트라떼를 기억해 또 한 잔 만들어주었고 이코노미 아프트 갤리 점씻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누군가의 진심어린 고백을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친구는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지만 나의 처음을 기억해주고 지난 4개월 간 나를 잊지 않았다. 마치 함께 비행을 하게 된게 기회인냥 조금씩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알아가보고 싶다는 말에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데? 라는 답변과 함께 가벼운 웃음으로 무마시키려 했지만 그 친구의 진심은 느껴졌다. 사실 이렇게 타지 생활을 하며 매 비행마다 새로운 크루들과 함께 일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접근은 꽤 흔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 진심이 섞인 말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비행기 엔진소리만 들리던 적막한 기내에서 하나씩 털어놓던 진심을 숨 죽여 들어주었고, 조금은 머쓱해 알겠다는 대답으로 빠르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타지 생활을 하며 같은 처지의 크루들과 공감하고 함께 힘을 내는 일이 전부이고 이 곳에서의 생활의 전부다. 운이 좋게도 나의 첫번째 솔로 비행을 함께 하고 매우 신입이었던 나를 기억해준 크루와 함께 인천 비행을 한 것은 아이러니 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여기선 기댈 곳 하나 없이 독립적으로 살게 되는데 비행 중 누군가의 챙김을 받으며 따뜻한 보살핌의 감정이 생소하고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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