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3학년 때 친한 동생으로부터, 동급생 여자애가 학원에서 내 뒷담을 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친한 동생에게 허락을 받고, 누가 전달했는지는 안 밝히고 동급생 여자애에게 왜 뒷담을 하고 다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상대방은 도대체 누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고 다니냐며 이야기 전달한 사람을 찾기에 바빴다. 요지는 그게 아닌데 말이다.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은 동급생. 부모가 학교 선생님이면 뭔가 조금 다를 줄 알았다. 반듯한 학교 생활을 학생이지 않을까 라는 선입견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 동급생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반대였다. 그저 목청 크고, 고집 세고, 그야말로 후배들이 싫어할 것만 같은 선배 느낌이랄까.
그 아이는 나에게 함부로 했다. 본인은 친구가 많다며 어딘가에 믿을 구석을 하나 심어놓았는지, 열심히 나에게 쏘아 붙였다. 그와중에 누군가가 나를 공격할 때 침착하라는 엄마의 말씀이 떠올라서 정말 하나도 타격을 받지 않고 다 받아쳐냈다. 나의 태도에 당황한 것 같은 상대방은 결국 본인에게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며, 나보고 "네가 내 부모냐? 선생이냐?" 라는 식으로 따졌다. 정말 태연하게 그 아이에게 한 마디 했다.
"그러게, 내가 네 부모도 아니고 선생도 아닌데, 왜 가르치게끔 만들어? 너무 아이 같잖아."
그렇다. 내가 한 방 먹인 것이다.
그 아이는 내가 학교를 다니는 내내 나를 못 살게 굴었다. 키는 멀대 같이 크게 생겨서, 긴 꺽다리로 나를 발로 찰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게 학교 선생님의 자녀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전부터 진작 이 아이로 인해 깨졌지만, 학교 선생님의 집 생활 비하인드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게 어둡겠구나 싶었다.
"야. 우리나 되니까 이 정도지, 다른 학교 가면 더 심해. 우리가 착하니까 봐주는 거야."
실제로 그 아이가 내게 했던 말이다. 학교 폭력을 뭘 그리 당당하게 오픈 하는지, 그동안 성장하면서 집에서 어떤 말을 듣고 자라는 건지 정말 안타까워보였다. 불쌍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사실 나도 이 친구를 한 대 쳤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치지 않았다. 누군가를 해치는 것은 하면 안 된다고 집에서 배웠으니까. 그게 언어 폭력이든 신체 폭력이든. 그래서 당하기만 했다. 한 번 사람을 치면, 그게 습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힘이 세면 셌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니까. 키는 나보다 월등히 컸지만, 사람의 수준으로는 월등히 낮아 보였다. 이게 바로 정신적 성숙 수준인가 싶었다.
나는 중학생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지우고 싶은 과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라도 이야기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감하며 치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