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과 금식
오후 5시 반에 저녁을 먹은 이후, 다음날 아침 8시 반까지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먹지 않고 있다. 이른바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다. 작년 10월 말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데, 딱 꼬집어서 말할 만한 체감은 없지만, 꽤 건강에 좋은 것 같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
거기에 더해 목요일에는 24시간 금식을 하고 있다. 11시 즈음 점심을 먹은 뒤, 다음날 11시까지 물만 마시는 것이다. 대신 금식을 하기 전 먹는 점심의 양은 조절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사실상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대단하게 먹기 때문이다. (섭취라기보단 흡입에 가까울 정도)
단식과 금식을 하면서 느끼는 특별한 변화가 있다면, 몸무게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공복 몸무게는 70.5kg에서 71.0kg을 벗어나지 않는다. 초밥 뷔페에서 턱 끝까지 음식을 채워 넣고 온 다음날에도 몸무게는 여전히 유지되었다.
많이 먹는 날은 소화 속도가 빨라져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안 먹은 날에는 몸무게가 줄어 있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도 몸무게는 변화가 없다. 이 지점이 가장 신기하다. 아침에 일어나 내심 몸무게가 줄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체중계 위로 올라가는데 결과는 항상 비슷하다.
무언가 인과관계에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닐지. 겉으로 보이는 인풋과 아웃풋이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이 별개로 작동되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강철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등가교환의 개념을 거스르는, 이른바 '현자의 돌'이 내 몸에 생겨난 게 아닌지 하는 상상도 해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실제로는 위장을 포함한 대장과 각종 장기들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기에 나타는 결과일 것이다. 달리 불만을 표출할 도구가 없어,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을 무력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 뿐. '몸무게 변화 없음'이라는 가시적인 결과 뒤, 숨겨진 장기들의 노력을 외면하다가는 언젠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음. 그런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지. 오늘은 일단 마음껏 먹고 싶다.
건강을 생각하는 자아와, 아무래도 상관없는 자아가 중첩되어 그런 어떠한 지점에 존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