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한 빵의 쫄깃한 이야기

반죽을 접듯 나를 접는다

by 유시우

오늘은 반죽을 접었다. 세 번 접고 다시 기다리고 또 네 번째 접는다. 반죽을 치대는 대신 조심스레 접어 탄력을 준다. 세게 누르거나 급하게 돌리지 않고 그저 살짝 접고 덮고 기다리는 일.


그 단순한 동작에 왜 이토록 마음이 가라앉는 걸까.


요즘 자주 하는 말은 “조용히 조금만 있고 싶어”다.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니고 특별히 힘든 일도 없는데 마음 한편이 고요하고 싶다.


누구를 만나면 괜히 소란스러워지고 의미 없는 말들이 입안에 남아 하루 종일 무겁다. 그럴 때면 안을 접히고 싶어진다.


사람의 마음도 반죽처럼 너무 많이 흔들리면 질어지고 무너진다. 의욕, 관계, 기대, 생각, 말… 모든 것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르기 전에 조심스럽게 나를 안으로 접는다.


오늘 하루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대신 주방에 서서 손끝으로 반죽의 숨결을 느낀다. 그건 고요한 대화다. 숨어든 자신과의.


누군가에게는 이 시간이 무의미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결과도 만들어내지 않는 시간.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조용한 접힘의 순간들이 내면을 다시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사는 게 자꾸 흐물거릴 땐 치대지 말고 그저 접고 기다리는 게 답일 때도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저 존재하는 시간. 마치 반죽을 접고 덮어두는 것처럼 내 마음도 가만히 덮고 있는 시간.


그 시간을 사려 깊은 침묵이라 부르고 싶다.


오래전 누군가가 말했다. “넌 너무 조용하다” 그 말을 듣고 한 때 말이 많은 사람이 되어 보려고 애썼다. 지금은 안다 조용함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하는 감정도 있다는 걸.


오늘도 반죽을 하듯 나를 접는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다시 부풀어 오르기 위한 준비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은.


살아있는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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