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한 빵의 쫄깃한 이야기

다시 데운 빵은 부드럽지 않다

by 유시우

어젯밤 남겨뒀던 빵을 오늘 아침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막 꺼냈을 땐 겉은 따뜻했고 촉촉하게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건 어제의 그 부드러운 식감이 아니었다.


식은 감정도 그렇다. 다시 데운다고 처음 그 따뜻함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어떤 말은 제때 해야 한다.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 그걸 나중에 꺼내면 말의 온도는 그대로여도 상대의 마음은 이미 식어 있다.


빵은 다시 데우면 겉만 부드러워지고 속은 질겨지거나 허무하게 텅 비어 있거나.


마음도 그렇다. 늦은 표현은 표현이 아니라 회상에 가깝다.


그런 적이 있었다. 헤어진 지 오래된 친구에게 늦게라도 안부를 전하고 싶어 문자를 보냈다. 짧게 답을 해주었던 것에 괜히 뭉클해져 더 많은 말을 보내다가 문득 가만히 멈췄다.


그 대화는 그 자리에서 식어 있었다. 그 마음은 이미 어제였고 난 오늘에서 그 온기를 찾고 있었다.


살다 보면 너무 늦어버린 순간이 있다. 타이밍을 놓친 감정은 다시 꺼내기도 그냥 묻어 두 기도 애매하다.


그러니 지금 아직 따뜻할 때 말해야 한다.


“네가 있어서 좋았어.”

“그때 미안했어.”

“사실, 지금도 보고 싶어.”


이 말을 더 늦기 전에 꺼내지 않으면 마음은 질겨지고, 말은 눅눅해진다.


어떤 감정은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굳는다. 감정의 유통기한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짧다.


오늘도 나는 어제를 데우려다 그만두었다. 대신 오늘의 감정을 오늘 안에 말하기로 했다. 아직 따뜻한 지금 마음을 꺼내어 말한다.


“보고 싶었어 정말 네가 그리웠어.”

지금 이 말은 내 마음의 속살이 아직 부드럽고 뜨거울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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