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한 빵의 쫄깃한 이야기

아무도 먹지 않는 끝조각처럼

by 유시우

식빵 한 덩이를 자르면 양쪽 끝에 언제나 가장 단단하고 거친 조각이 남는다. 누구도 먼저 그 조각을 집지 않는다. 가장자리라서 입안에서 까슬거려서 속살이 덜 부드러워서.

나는 가끔 그 끝조각을 집는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식탁에서 늘 그런 조각 같은 사람이었을지 몰라서.


단단하지만 맛이 없진 않다. 거칠지만 제대로 구워져 있다. 다만 사람들의 취향에서 조금 비켜나 있을 뿐이다. 관계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다. 말없이 함께 있지만 늘 뒷자리에 앉게 되는 사람.

모임이 끝나면 혼자 정리하는 사람. 사진 속엔 가끔 빠지는 사람. 대화의 중심에서 멀어진 채 마음속 끝자락에 머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다.


한때는 누군가의 중심이었다. 따뜻한 한가운데 앉아 온기를 나누고 대화의 물결 속에서 편안히 떠다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들어오고 내가 말하는 속도보다 세상이 흘러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나는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식탁에 있어도 아무도 내쪽으로 손을 뻗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그 순간 나는 식빵의 끝조각 같았다. 거기 있지만 먼저 선택되지 않는.

사람들은 나를 향해 미소 지었고 인사도 했고 정중한 인사도 건넸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나를 진심으로 원하는 손길은 없었다.


소외는 크고 거창한 배제가 아니라 그냥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작은 무관심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 속에서 묵묵히 나를 삼켜야 했다. 누구도 서운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용해지고 작아지고 덜 말하게 되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끝조각을 좋아한다. 쫄깃하고 단단하고 잼을 발라 먹으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가끔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 쉽게 고르진 않더라도 한 번 맛을 보면 잊히지 않는 사람.


오늘도 나는 끝조각을 토스트해 꺼낸다. 버터를 살짝 바르고 쓸쓸한 마음을 감싸듯 입안 가득 단단함을 씹는다. 아무도 먹지 않는 조각일지라도 내가 나를 먼저 먹여야 다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나는 나를 끝까지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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