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한 빵의 쫄깃한 이야기

호밀처럼 단단한 마음을 위하여

by 유시우

호밀빵을 처음 먹었을 때 그 낯선 단단함이 어색했다. 질기고 씹을수록 쌉쌀했고 버터나 잼을 올려도 어딘가 둥글게 감싸지지 않는 결이 있었다. 부드럽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한동안 호밀빵을 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단단한 질감이 생각났다. 살다 보니 나도 점점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


예전엔 둥글고 말랑하던 마음이 이제는 거칠어지고 단단해졌다.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니지만 사는 동안 많은 것들을 씹고 삼키고 지나온 끝에 만들어진 결이다.


누구에게나 말랑한 시절이 있었고 지금의 단단함은 그 시간을 견디며 쌓은 껍질일 뿐.


호밀은 쉽게 부풀지 않는다. 밀가루처럼 푹신하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마음처럼 곱게 다루지 않으면 금세 거칠어진다.


하지만 그 단단한 곡물에는 쓸모 있는 에너지와 천천히 꺼지지 않는 열이 있다.


마음도 그렇다. 겉으론 쉽게 드러나지 않아도 그 안에는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다.


이제 조금 호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말랑하지 않아도 단단한 것엔 이유가 있다. 버텨온 시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묵묵히 쌓아온 것들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사연들이 그 결 속에 있다.


그 마음을 이젠 꺼내놓지 않아도 괜찮다. 이해받지 않아도 소리 내지 않아도.


그저 나만은 알면 된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여기에 도착했는지를.


호밀빵은 씹을수록 맛이 난다. 첫 입에 다 알 수 없는 풍미가 천천히 입안에 퍼진다.


사람도 그렇다. 지금 당장 이해되지 않아도 천천히 오래 보아야 제 맛이 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나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은 호밀빵을 구웠다. 나를 위한 빵 단단한 하루를 버텨낸 내 마음을 닮은 맛.


다른 사람의 입맛엔 안 맞아도 괜찮다. 지금의 나는 누구보다 나를 오래 씹고 살아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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