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아직 뜨거운 사람입니다
혼자 식탁에 앉아 호밀빵을 한 조각 자른다. 겉은 단단했다. 조금 거뭇하게 구워졌고 손끝으로 꾹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괜히 한참을 바라보다 칼을 꺼내 조심스레 잘라본다.
놀랍게도 속은 아직 따뜻했다. 김이 천천히 피어오르고 칼끝이 안으로 쓱 들어갈 때 작은 탄성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직 괜찮구나.’
사람도 빵처럼 겉만 봐서는 모른다. 무표정하고 말도 적고 심지어 아무 감정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속에서 끓고 있는지 아직 따뜻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묻고 싶은데 자신의 온도를 들키는 게 두려워 ”응, 별일 없어”라고 말해버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다.
나는 오래도록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사는 법을 배워왔다. 기쁜 일도 속상한 일도 누군가에게 흘려보내기보다 내 안에 꼭꼭 넣어두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속에서 무언가 들끓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지 않은 마음이 아직은 살아 있는 감정이 내 안에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괜찮지 않아.”
“속이 아주 뜨거워.”
“말하고 싶어.”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마음은 뜨거운데 말은 늘 식은 채로 나간다. 그래서 나를 겉으로만 보는 사람은 내가 차갑다고 말한다.
난 그 말이 가장 서운했다.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안에 꾹꾹 숨겨두고 있는 사람인데.
이제 난 조금씩 말하려고 한다. 잘 구워진 빵을 조심스럽게 나누는 마음처럼 내 안에 남은 온기를 누군가에게 전해보고 싶다. 익숙한 말투가 아니어도 좋다. 어색해도, 미숙해도 그 따뜻함이 전해지면 된다고 믿는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네 마음은 어때?”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속은 아직 뜨거워. 다행히 아직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