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사삭 부서지는 껍질 너머...

날개를 펴는 시간

by 바래

[바사삭 부서지는 껍질 너머, 날개를 펴는 시간]

38년. 내 삶은 언제나 유치원 교사라는 안전하고 따뜻하며, 때로는 견고한 껍질 속에서 흘러왔다. 그 두터운 보호막이 사라지면 마주하게 될 세상이 얼마나 두려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침내 다가온 퇴임의 순간, 나는 낯설고도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방금 튀겨낸 튀김옷처럼 내 껍질이 ‘바사삭’ 하고 기분 좋게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리고 그 부서진 자리에서 나는 날개를 단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어제, 정든 동료들과 식당에서 작은 송별회(2026.2.)를 가졌다. 초등 선생님 한 분과 옆 반 선생님,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의 퇴임 교사를 위해 흐르던 잔잔한 음악은 공연히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내 차례가 되어 마이크 앞에 섰을 때,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지금 너무 설레고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좋다"라고 고백했다. 슬픈 기운이 비집고 들어올까 봐 주문처럼 외운 ‘좋다’는 말은, 찡하려던 감정을 수습해 주었고 동료들은 따뜻한 박수로 나의 새로운 비행을 응원해 주었다.

아이들은 이미 지난 1월 졸업을 했고 방학 중 운영되던 유치원 일과도 지난주에 모두 끝났기에,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환송은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진솔했던 동료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창 너머로 스며드는 먹먹함과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텅 빈 집에 들어서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아이처럼 엉엉 울며 "정말 좋은데, 진짜 좋은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병간호로 휴직 중일 때조차 어린이 병동의 아이들만 보면 가슴이 뛰어 "곧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며 들떠 있던 나를 보며 아들이 이상하다고 했을 만큼,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였다. 그 당연했던 기쁨을 이제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상실감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그 밤, 자유인이 된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해방감이 아닌 ‘나태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평생을 규칙 속에 살아온 내가 갑자기 주어진 이 막막한 자유 속에서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어제 식당 문을 나서며 마주했던 그 ‘날개’는, 오직 앞만 보고 빠르게 날기 위해 달린 것이 아님을. 때로는 상승 기류를 타고 가만히 머물기도 하고, 때로는 이름 모를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긴 휴식을 취하는 것 또한 날개를 가진 이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비행의 일부다. 나태함에 대한 두려움은 역설적으로 내가 얼마나 삶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일궈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에, 이제는 그 쉼조차 기쁘게 받아들이려 한다.

올 한 해는 나의 38년 기록들을 문장으로 갈무리하고, 새로운 꿈인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매일 7천보 이상을 걸으며 몸을 돌보고, 가족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는 일상. 이 새로운 규칙들은 나를 나태함 속에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38년의 껍질을 벗고 얻은 날개를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조금은 늦게 깨어나도, 조금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아도 괜찮다. 그것은 나태가 아니라, 38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주는 가장 정중한 예우이자, 더 높은 비행을 위한 고요한 숨 고르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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