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동욱이, 그 아픈 손가락에 대하여

by 바래

서른여덟 해 교단에 서며 수많은 아이를 만났지만, 유독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만드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여섯 살의 동욱이입니다.

당시 초임이나 다름없던 내게 동욱이는 감당하기 벅찬 커다란 숙제와도 같았습니다. 동욱이는 거칠고 폭력적이었습니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건 예삿일이었고, 유치원 전체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곤 했지요. 오죽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인 나조차 동욱이가 휘두르는 손길에 맞은 적이 있었으니까요. 아침마다 동욱이가 등원하는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곤 했습니다.

그때는 참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동욱이를 보며 '순자의 성악설이 정말 맞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미워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어떻게 저 작은 아이가 저토록 타인을 괴롭힐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때로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동욱이가 결석해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동욱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성실하게 유치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편으론 고마운 일이었지만, 당시의 저에겐 그 성실함마저 참 버거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아이들이 모두 귀가한 늦은 오후, 텅 빈 교실에 동욱이와 나, 단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날따라 동욱이는 평소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축 처진 어깨로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 작은 뒷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워 보였던지, 나도 모르게 아이를 번쩍 들어 등에 업었습니다. 거칠기만 하던 아이가 내 등에 착 달라붙는 순간, 묘한 온기가 전해졌습니다. 아이는 마치 엄마의 품을 찾듯 양손으로 내 가슴을 꼭 감싸 쥐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스러웠지만, 그 작은 손길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는 그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따스한 체온과 사랑이 절실했던 '아기'였을 뿐이라는 것을요.

그날 이후 기적 같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엄마처럼 믿기 시작한 걸까요? 동욱이는 이전보다 훨씬 내 말을 잘 따랐고, 우리는 그렇게 일곱 살 졸업 때까지 꽤 다정하게 지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동욱이에게 참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내가 조금 더 경력이 쌓인 뒤에, 혹은 내가 직접 아이를 낳아 길러본 엄마가 된 후에 동욱이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그 아이의 거친 행동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을 더 빨리 보듬어주었을 텐데, 사랑받는 아이가 되는 법을 더 따뜻하게 가르쳐주었을 텐데 말입니다.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따뜻함을 갈구했던 아이. 제 등에 꼭 붙어 체온을 나누던 그 작은 동욱이는 지금쯤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요?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 시절 느꼈던 따스함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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