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반의 봄
38년 전 3월, 전문대학 유아교육과를 갓 졸업한 스물한 살의 나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공기를 마시며 교문 앞에 섰다.
120여 명의 입학생이 세 학급으로 나뉘어 길게 줄을 섰고, 그중 서른여덟 명의 아이들이 나의 첫 제자, '비둘기반'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왔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쌀쌀한 날씨 탓에 입학식은 강당에서 열렸다.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아이들의 행렬을 바라보는데, 유독 우리 비둘기반의 줄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길쭉한 줄만큼이나 내 어깨 위의 책임감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행여나 초임 교사의 서툰 기색이 탄로 날까 봐, 나는 마음속의 요동을 누르며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노련한 교사인 양 표정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떨리는 손끝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맨 앞에 서 있던 '하나'라는 아이는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온 원생인데도, 내 눈에는 네다섯 살 배기 아기처럼 한없이 작고 귀엽게만 보였다.
그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마주하며 나는 비로소 내가 '선생님'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텅 빈 교실에 홀로 남았을 때, 밀려오는 막막함은 생각보다 컸다. 내일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첫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학부모님들께는 어떤 신뢰 어린 얼굴로 서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교실 비품 하나, 환경 구성 하나조차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서성거리던 나는, 누가 봐도 어설프고 서툰 전형적인 초년생 교사였다.
그렇게 나의 38년 교직 인생은 찬 바람 부는 강당, 끝이 보이지 않던 비둘기반의 줄 끝에서 서툴지만 뜨겁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