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다음 날, 아직은 낯선 공기가 감도는 교실 문을 열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들과 부모님 눈에 비칠 내 모습이 한없이 따뜻하고 믿음직한 스승이길 바랐으니까. 하지만 부푼 마음으로 맞이한 20평 남짓한 교실은 38명의 아이가 들어서자마자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시장통으로 변해버렸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교구들과 아이들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문득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초조한 마음에 살금살금 옆반을 훔쳐보니 6, 7년 차 베테랑 선생님의 교실도 우리 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고서야 내 지도가 엉터리는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밀려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들을 키순으로 줄 세워 앉히고 나니 교실의 절반이 꽉 찼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이 이제 무슨 말씀을 하실까' 하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마주하니, 머릿속은 다음 할 말을 찾느라 분주해졌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다시 한번 옆반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하, 저런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구나." 그렇게 내가 미처생각하지 못했던 옆반 선생님의 지도내용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9시에 등원해 12시면 하원하던 그 시절,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초임 교사였던 나는 그 짧은 시간을 단 1분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하루 일과를 빈틈없이 촘꼼하게 짰다. 계획한 수업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초보 교사의 융통성 없는 고집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생님의 그 빡빡한 일정표를 묵묵히 따라와 준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고 또 미안한지 모른다.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툰 선생님의 열정에 맞추느라 고생했을 나의 귀여운 첫 제자들. 38년 교직 인생의 시작점에서 만난 그 맑은 눈망울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