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상처는 조용히 스며들었다

3. 사랑보다 두려움이 더 컸던 이유

by 정고은


사랑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흔히 설렘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나에게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그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두려움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다.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데

정작 그 움직임을 따라갈 용기는 부족했던 것이다.


두려움의 중심에는 늘 상처의 기억이 있었다.

예전에 겪었던 관계 속에서

내가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떠올랐고,

그 기억은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보이지 않는 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마음이 기울어지는 만큼

혹시 다시 같은 아픔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행동은 자연스럽고

때로는 따뜻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진심인지,

그를 향한 마음인지,

아니면 외로움이 만들어낸 환영인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모호함이 두려움의 씨앗이 되었다.



KakaoTalk_20251215_092234925_01.jpg 사진 | 오동일(with permisson)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사랑을 받아들인다.

내 마음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예전의 상처는 여전히 형태를 바꾸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 상처를 직면하지 못한 채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려니

마음의 균형이 쉽게 흔들렸다.

따뜻함보다 불안이 먼저 다가온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려움은 감정을 멈추게도 하지만

돌아보게도 한다.

나는 그 두려움의 기원을 더듬어보는 동안

내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어디까지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지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랑이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제야 조금씩 알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두려움은 결코 잘못된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잡아끄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 마음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조용한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통해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나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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