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랑보다 두려움이 더 컸던 이유
사랑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흔히 설렘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나에게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다.
그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두려움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다.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데
정작 그 움직임을 따라갈 용기는 부족했던 것이다.
두려움의 중심에는 늘 상처의 기억이 있었다.
예전에 겪었던 관계 속에서
내가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떠올랐고,
그 기억은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보이지 않는 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마음이 기울어지는 만큼
혹시 다시 같은 아픔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행동은 자연스럽고
때로는 따뜻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진심인지,
그를 향한 마음인지,
아니면 외로움이 만들어낸 환영인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모호함이 두려움의 씨앗이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사랑을 받아들인다.
내 마음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예전의 상처는 여전히 형태를 바꾸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 상처를 직면하지 못한 채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려니
마음의 균형이 쉽게 흔들렸다.
따뜻함보다 불안이 먼저 다가온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려움은 감정을 멈추게도 하지만
돌아보게도 한다.
나는 그 두려움의 기원을 더듬어보는 동안
내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어디까지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지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랑이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제야 조금씩 알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두려움은 결코 잘못된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잡아끄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 마음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조용한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통해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나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