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상처는 조용히 스며들었다

4. 흩어진 마음을 다시 모으는 일

by 정고은


흩어진 마음을 다시 모으는 일은

누군가가 도와주거나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마음은 생각보다 더 천천히 움직였고,

때로는 멈춘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하게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변화들이

어디선가 시작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무너진 감정 위에 다시 무언가를 쌓는 과정은

항상 어색하고 낯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인지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상처가 만들어낸 감정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모은다는 것은

이전의 나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상처받기 전의 나로 돌아가려 했던 때도 있었지만

금방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미 지나온 감정들은 흔적을 남겼고,

나는 그 흔적을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쌓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 마음을 조급하게 재촉하는 일을 멈췄다.

하루에 하나씩,

아주 작은 것부터 스스로 챙기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일상,

잠깐의 산책,

대화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던 사소한 것들.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내 감정의 중심을 다시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흩어진 마음이 완전히 모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내가 다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느꼈다.



KakaoTalk_20251215_093524711_03.jpg 사진 | 오동일(with permisson)


상처가 남긴 빈자리가 있었지만

그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 인정이야말로

회복을 향한 가장 조용한 첫걸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흩어진 마음을 모으는 과정은

상처를 잊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비로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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